
장순근 박사의 남극물개 뼈
[매거진 Esc] 여행에서 건진 보물 장순근 박사의 남극물개 뼈
장순근(60) 극지연구소 박사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몇 안 되는 과학자다.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 쓸 줄 아는 그는 남극 전문가로 유명하다. 1985년 11월 한국해양소년단 남극탐험대의 일원으로 처음 발을 디딘 뒤, 88년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제1차 월동대장을 거쳐 91년, 95년, 2001년 네 해를 남극에서 보냈다. “내달 11일 출발하는 대륙기지 탐사가 스물한번째 남극 방문”이라는 게 그의 말.
사실 장순근 박사의 전공은 고생물학이다. 티라노사우루스, 매머드 같은 옛날 동물의 이름이 낯설던 70년대부터 고생물을 공부했다. 고생물학은 화석과 뼈를 보고 추상하는 학문. 그래서 “동물 뼈만 보면 탐이 나고, 심지어 흙바닥에 굴러다니는 개뼈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남극에서도 그랬다. 그는 외국 기지에서 먹다 버린 멧돼지 뼈까지 주워 요리조리 만지며 관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남극 물개다. 해안가에서 반쯤 썩은 물개를 발견한 대원들이 대장님 좋아하시겠다며 거둬 왔다. “자, 이 물개를 보세요. 코끼리 해표 등 다른 해양포유류와 달리 송곳니가 뾰족해요. 이걸 보면 기존의 생물학 교과서와 달리 물개가 작은 크릴새우 말고도 펭귄 같은 큰 동물을 많이 잡아먹는 것 같아요.”
동물 뼈를 앞에 두고 상상의 날개를 펴고 내력을 추상하는 버릇은 아직도 남아 있다. 언젠간 그동안 관찰하고 수집한 뼈로 누구나 읽기 쉬운 책을 한번 써보고 싶다고 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장순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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