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문학 SK전이 열리기 전, 한화 4번 타자 김태균(25)이 뜬금없이 말했다. “전 거지예요.”
김태균이 자신을 ‘거지’라 칭한 이유는 곧 드러났다. “최근에는 (제이콥) 크루즈가 앞에서 타점을 싹쓸이해가요. 크루즈가 먹다 남은 게 있을 때만 주워 먹으니 거지나 다름없지요.”
12일 현재 김태균의 타점은 48개. 반면 크루즈는 52개로 이 부문 선두다. 2~3주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김태균 혼자 한화 타점을 독식하다시피하며 선두를 달렸다. 그런데 갑자기 크루즈가 홈런을 펑펑 쳐대면서 타점수확에 나섰고, 크루즈 다음에 타석에 들어서는 김태균은 빈손이 되기 일쑤였다. 6월 들어 김태균이 올린 타점은 고작 4개. 반면 크루즈는 15타점을 올렸다. 김태균이 뾰로통할 만하다.
경쟁자이긴 하지만 크루즈는 한솥밥을 먹는 선수. 김태균은 지난해 한화 외국인선수였던 제이 데이비스와 크루즈를 비교하며 “데이비스는 자기 성적만 신경썼는데, 크루즈는 팀을 위한 야구를 할 줄 안다. 무조건 휘두르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볼넷도 고를 줄 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대로면 0.320 이상 타율에 30홈런은 칠 것”이라는 예상도 곁들였다. 크루즈의 맹활약이 한편으로는 기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타점 올릴 기회를 앗아가는 것 때문에 가슴이 아린 그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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