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의 공격수 김대원(왼쪽)과 양현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숫자만 놓고 보면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가장 축구를 잘한 선수는 김대원(26·강원FC)이었다. 김대원은 지난해 12골13도움을 올렸다. 공격포인트(25개) 리그 1위. 골과 도움 모두 두 자릿수를 넘긴 ‘10-10 클럽’에 입성한 프로축구 역사상 스무 번째 선수이기도 했다. 포지션 불문하고 ‘진짜 축구 잘하는 선수’를 뽑아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아디다스포인트 랭킹에서도 5만3380점으로 시즌 1위에 올랐다.
23살 이하 선수(영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양현준(21·강원FC)이었다. 양현준의 지난 시즌 기록은 8골4도움. 유망주 육성 차원에서 22살 선수 출전을 의무화한 K리그에서 어린 선수들은 통상 30분 남짓한 시간 그라운드를 누비다 교체되는 일이 다반사지만 양현준 만큼은 예외였다. 강원의 날개 공격수로 붙박이 출전했고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네 번이나 타낸 뒤 시즌
영플레이어상까지 거머쥐었다.
김대원과 양현준의 ‘커리어 하이’ 시즌은 곧 강원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 됐다. 지난해 강원은 파이널라운드에서 상위 스플릿 6강에 진출해 전체 6위로 한 해를 마감했다. 2017년(6위)에 이어 구단 창단 14년 역사 중 가장 높은 성적이다. 최용수 강원 감독이 막 부임한 2021년 겨울 강등권에서 진창 싸움을 벌이던 때를 돌아보면 괄목할 상승세였고, 그 중추에는 두 젊은 에이스의 맹활약이 있었다.
올해 이들의 어깨는 더 무겁다. 최 감독은 지난 10일 “지난해 만큼만 해줬으면 한다. 그 이상은 안 바란다”라면서 소박한(?) 기대를 표했다. 강원을 상대하는 팀들은 이제 김대원-양현준의 공략법을 끊임없이 모색할 것이고 압박과 견제는 더 심해질 것이다. 최 감독은 “상대가 가만 내버려두겠나”라면서 “이걸 풀어내지 못하면 평범한 선수로 가는 거고 헤쳐나가면
무서운 선수로 성장하는 거다”라고 했다.
우려보다는 기대가 크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김대원과 양현준 모두 솔로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스피드와 기술을 가지고 있다. 더 성숙하고 완성도 높은 축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2021년에) 강등 위기 일보 직전 상황에 팀을 맡아 살려냈고, 지난 시즌 좋은 결과도 냈으니 최용수 감독 역시 지도자로서 상당한 내공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진호·제르소를 데려온 인천 유나이티드, 김보경·뮬리치를 들인 수원 삼성, 황의조를 임대한 FC서울 등 경쟁자들 같은 화려한 영입은 없었지만 알토란 같은 보강은 있다. 서울 시절 최 감독과 사제 인연을 맺었던 알리바예프(우즈베키스탄)를 데려온 것. 이상윤 <엠비시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K리그에서 능력이 검증된 선수이고 황인범처럼 많은 활동량으로 패스 연결고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고 평했다.
강원의 미드필더 알리바예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두 강원의 별은 막중해진 책무를 정면에서 받아들고자 한다. 이번 시즌부터 김대원은 등번호 10번을, 양현준은 7번을 단다. 직접 ‘
에이스의 번호’를 선택한 김대원은 “라커룸에 10번이 걸려 있을 때 경기 나서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앙현준 역시 “부담과 책임감이 커지겠지만 그걸 이겨내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라고 답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 경신을 꿈꾸는 김대원과 양현준, 그리고 강원은 오는 26일 대전 하나시티즌을 상대로 첫발을 뗀다. 2년 전 승강플레이오프에서 ‘
최용수 매직’의 희생양이 됐던 그 팀이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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