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전훈 분위기 다잡아
감독은 ‘야누스’다. 또 국내 최고의 선수를 모아놓은 대표팀에서 감독의 수싸움은 입신을 넘어선 10단쯤 돼야 한다. 영리한 선수들의 100% 역량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밀고 당기는 강온 양면전술은 필수적이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26일(한국시각) 밤에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대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 전지훈련에 앞서 ‘유쾌한 경기’에 대해 다시 정리했다. 선수들이 자칫 오해할 가능성 때문이다. 첫마디는 “유쾌한 도전이 히히덕거리는 경기는 아니다”라는 엄포였다. 자칫 즐거운 경기를 설렁설렁하는 경기로 착각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는 “32개 본선 출전국 어떤 팀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다 어려운 상대다. 즐겁게 경기하지만 승부의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허 감독은 “역대 월드컵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이제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감 부족과 위축된 경기력이 대표적이다. 6월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은 선수들의 심리적 적응력을 평가할 중요한 기회다. 허 감독은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선수들이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자기의 능력을 다 보여주고 마음껏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스페인전을 통해 그리스와의 월드컵 본선 1차전을 대비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허 감독은 결국 “이기는 승리가 즐거운 승리다. 그러기 위해서 상대를 연구하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전을 비롯해 앞으로도 선수들의 등번호를 바꾸어 출전시키는 것은 조금이라도 월드컵 B조 상대들을 편하게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배어 있다.
“선수들한테 엄한 아버지인가, 자상한 어머니인가”라는 질문을 해봤다. “허허” 웃은 허 감독은 “선수들이 저를 좋아하겠어요?”라고 했다. 코칭스태프의 도움을 받지만, 신뢰하고 포용하면서도 질책하고 탈락시키는 모든 결정을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것은 지도자의 숙명이다.
노이슈티프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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