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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기자의 생생 남아공] ‘13번째 선수들’도 기억하자

등록 2010-06-27 19:43수정 2010-10-28 15:18

경기 뒤 믹스트 존(Mixed Zone·기자가 선수를 접촉할 수 있도록 임시로 만든 통로)에서는 두 가지 풍경이 펼쳐진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스타 선수들은 기자들의 집중 질문공세에 20~30m 통로를 빠져나가기가 힘들다. 반면 90분 내내 벤치만 덥혔던 후보 선수들은 누구 하나 붙잡지 않는다.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버리려 해도 들어줄 이가 없다. 26일(현지시각) 우루과이전이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믹스트 존을 통과하는 벤치워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앞만 보며 쏜살같이 걸었다. 가까스로 김동진(울산)을 붙잡고 지난 한 달 동안의 소회를 물어봤다. 그는 “아쉽고, 힘들었다”는 딱 두 마디만 던졌다.

월드컵대표팀은 포지션별 2배수에 골키퍼 한 명을 추가해 23명이다. 그러나 그라운드에는 11명밖에 나갈 수가 없다. 국내에서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계속 벤치에 앉았야만 할 때의 기분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감독이 “우리는 팀이다”, “특정 선수를 거명해 평가할 수 없다” 등등을 얘기하는 것은 팀 분위기를 위해서다. 외국에서는 때로 선수들과 감독이 직접 충돌하기도 한다. 유능한 감독은 이 내부 갈등과 경쟁 에너지를 경기장에서 폭발시키도록 만드는 이다.

2년여 동안 대표팀을 이끌어온 허정무 감독은 “모든 선수들을 뛰게 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똑같이 훈련하고, 음지에서 팀을 위해 헌신해온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시다. 후보 선수들은 흔히 12번째 선수인 서포터스 다음인 13번째 선수들이라고 한다. 13번째 선수가 없는 팀은 성립할 수 없다. 감독은 이들이 있기에 상대에 맞춤한 작전을 구사하고, 팀 경쟁을 유도하며, 부상 선수가 나와도 전력을 유지해 갈 수 있다.

한국에 패배를 안긴 우루과이의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는 결승골을 넣자 광고판을 뛰어넘어 골대 뒤쪽의 후보 선수들에게 달려가 그들을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13번째 선수로 대표팀의 16강행을 도운 우리 선수들에 대한 ‘수아레스’의 포옹은 이제 우리 국민들 몫이다.

포트엘리자베스/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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