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베르하이옌 코치, 게으름 피우면 가차없이 ‘빨리 빨리’
하루 8차례 ‘단백질 음료’도 필수…그리스전 맞춰 100% 체력 충전
하루 8차례 ‘단백질 음료’도 필수…그리스전 맞춰 100% 체력 충전
허정무 감독의 축구대표팀이 6일(현지시각) 남아공 루스텐버그 올림픽파크 경기장에서 100% 체력완비를 위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허 감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체력훈련으로 선수들을 돌렸다. 허 감독은 체력훈련에 관해서 만큼은 레이몽드 베르하이옌(39·네덜란드) 피지컬 코치에 전적으로 맡긴다. 베르하이옌 코치는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에 이어, 다시한번 한국팀의 체력조련사로 나섰다. 별명은 ‘저승사자’. 때문에 그가 담당하는 시간에는 선수들이 거의 기진맥진한다. 허 감독은 7일에도 전술훈련을 겸한 체력훈련을 하는 등 12일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첫 경기 그리스전까지 체력을 100%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장면1
대표팀이 새롭게 도입한 ‘경기력 측정 시스템’ 장비는 선수들의 심박수 변화와 운동량 등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하는 장치이다. 어깨와 가슴을 엑스자로 묶어주는 벨트와 배터리를 결합시킨 형태다. 이 기계 장비의 소프트웨어는 네덜란드에서 만들었지만, 하드웨어는 오스트리아산이다. 장비를 운용하는 엔지니어는 독일 출신의 슈테판 라인슈다. 오스트리아 아바텍(www.abatec-ag.com)사에서 파견돼 베르하이옌 코치의 지휘를 받으며 이 시스템을 운용한다. 라인슈는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로 네덜란드의 PSV에인트호벤,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이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32개 월드컵 출전국 가운데서는 네덜란드 대표팀도 아닌 한국 대표팀이 유일하게 이 시스템을 실전에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에 앞서가는 대표팀이라고나할까?
라인슈는 이날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에 배터리 충전상태를 일일히 확인했다. 이날은 장시간에 걸친 체력훈련이 예정돼 있어 100% 충전을 해야 한다. 배터리 무게는 50g이며, 가슴에 차는 엑스자 모양의 띠까지 합치면 200~300g으로 매우 가볍다. 라인슈는 “모든 정보가 여기에 기록된다. 대표팀은 서울에 있을때보다 오스트리아에서, 또 오스트리아에서 있을 때보다 여기와서 더 높은 체력 수준으로 가고 있다”며 “첫 경기인 12일 그리스전에 100% 이상의 체력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3대의 노트북 컴퓨터에 일일히 정보가 기록된다. 라인슈는 베르하이옌 코치가 책임자이므로 자기는 더 이상 자세히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장면2
대표팀의 오른쪽 풀백 오범석(울산)이 운동장 가장자리 트랙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사나운 목소리가 들린다. 베르하이옌 코치가 “붐석, 컴온, 붐석 컴, 컴”이라며 거칠게 파고 들었다. 미디어담당관이 알았다고 했지만, “지금 빨리 보내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박일기 축구협회 홍보담당은 “성격은 까칠하지만, 자기 일에는 미친듯이 파고드는 프로”라고 했다. 베르하이옌 코치가 이날 체력훈련에 매우 민감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디어 인터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월드컵 준비라고 생각하는게 명확했다. 박일기씨는 “코칭스태프와 거의 한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서 대화하는게 베르하이옌 코치”라며 “코치가 분석한 체력자료는 허정무 감독의 판단에 매우 유용한 자료로 쓰이게 된다”고 말했다. 오범석은 베르하이옌의 카리스마에 기자회견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장면 3 몸풀기 장면부터 강도가 셀 것을 예고했다. 베르하옌 코치를 비롯해 코칭 스태프들이 선수들 주변에 밀집해 요구하는 동작을 정확히 하는지 감시하고 있다. 마치 군대의 유격조교들이 피티체조 하는 올빼미들을 주시하는 듯하다. 팔굽혀펴기를 형편없이 하는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바닥까지 가슴을 닿게 하고 올리라는 베르하이옌의 지적에 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이날 훈련에는 탈장증세가 있는 김남일이 빠졌고, 왼쪽 팔꿈치 탈골부상을 당했던 박주영은 후반부에 열외됐다. 나머지는 1시간 이상 전력으로 뛰며 한계를 시험받았다. #장면4 게걸음으로 순간적인 속도를 내며, 드리블 동작으로 몸을 달군 선수들은 20m 전력질주 왕복 달리기, 40m 왕복달리기로 심장의 출력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베르하이옌의 휘슬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선수들이 한계를 느끼도록 한다. 그런 다음에는 비로소 공을 갖고 훈련하도록 하는데, 패스훈련을 겸한 이 훈련 또한 체력의 한계로 몰고가기 위한 방법이다. 공을 차고 달려나가고 받고 할 때는 그냥 달리는 것보다 재미있지만, 훨씬 더 힘들다. 베르하이옌은 우리 말로 “빨리,빨리”라고 했으며, 영어로는 “하이 스피드”를 반복했다. 게으름 피우는 것을 못보는 성격이다. #장면5 선수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운동장 반쪽에서 미니게임을 쉴새 없이 돌린다. 노란조끼, 붉은조끼, 훈련복 조 등 세 그룹이다. 때로는 원터치 패스만을 요구하고, 공이 밖으로 나가면 코칭 스태프가 즉각적으로 투입한다. 짧은 시간내에 강도높은 훈련을 하는 셈인데, 선수들은 3분 이상만 뛰어도 힘들어 한다. 그런데 이런 식의 미니게임을 이날은 30분 이상 쉴새없이 돌렸다. #장면6 1시간여의 훈련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선수들은 마지막 몸풀기를 하며 달아올랐던 몸을 식힌다. 그런데 이번에도 쉴틈은 없다. 베르하이옌 코치는 휘슬을 불며 마지막 단거리 스퍼트를 주문한다. 지친 상태에서 전력질주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부 노장 선수들은 지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장면을 날카롭게 잡아내는 것이 베르하이옌 코치의 몫이다. 선수들의 체력상황에 대한 정보는 무선 송수신 장치가 달린 조끼를 통해 상황실 컴퓨터에 들어가고, 베르하이옌 코치가 눈으로 확인한 선수들의 피로도 측정도 선수 평가의 자료가 될 것이 뻔하다. #장면 7 운동장 한가운데 모여 코칭 스태프의 훈련의도와 평가를 들으면, 다음으로는 주장 박지성이 한마디 한다. 박지성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는 선수들밖에는 모른다. 추측컨대, 이러이러한 점이 잘 됐고, 이러이러한 점은 잘 안된 것 같다는 식의 훈련 평가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얼마남지 않는 월드컵 본선 경기에 앞서 더 자신감과 사명감을 갖자는 등 팀 스피릿을 강조할 것 같기도 하다. #장면 8 선수들은 지겨운 데이터 송수신 조끼를 벗고, 하루 8차례 마시는 단백질 음료를 손에 쥔다. 물처럼 시원하게 들이키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조금씩 마시면서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간다. 아마도 “샤워하고 푹 쉬고 싶다”고 말하면서 나갈지도 모른다. 루스텐버그(남아공)/김창금 기자kimck@hani.co.kr
#장면 3 몸풀기 장면부터 강도가 셀 것을 예고했다. 베르하옌 코치를 비롯해 코칭 스태프들이 선수들 주변에 밀집해 요구하는 동작을 정확히 하는지 감시하고 있다. 마치 군대의 유격조교들이 피티체조 하는 올빼미들을 주시하는 듯하다. 팔굽혀펴기를 형편없이 하는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바닥까지 가슴을 닿게 하고 올리라는 베르하이옌의 지적에 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이날 훈련에는 탈장증세가 있는 김남일이 빠졌고, 왼쪽 팔꿈치 탈골부상을 당했던 박주영은 후반부에 열외됐다. 나머지는 1시간 이상 전력으로 뛰며 한계를 시험받았다. #장면4 게걸음으로 순간적인 속도를 내며, 드리블 동작으로 몸을 달군 선수들은 20m 전력질주 왕복 달리기, 40m 왕복달리기로 심장의 출력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베르하이옌의 휘슬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선수들이 한계를 느끼도록 한다. 그런 다음에는 비로소 공을 갖고 훈련하도록 하는데, 패스훈련을 겸한 이 훈련 또한 체력의 한계로 몰고가기 위한 방법이다. 공을 차고 달려나가고 받고 할 때는 그냥 달리는 것보다 재미있지만, 훨씬 더 힘들다. 베르하이옌은 우리 말로 “빨리,빨리”라고 했으며, 영어로는 “하이 스피드”를 반복했다. 게으름 피우는 것을 못보는 성격이다. #장면5 선수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운동장 반쪽에서 미니게임을 쉴새 없이 돌린다. 노란조끼, 붉은조끼, 훈련복 조 등 세 그룹이다. 때로는 원터치 패스만을 요구하고, 공이 밖으로 나가면 코칭 스태프가 즉각적으로 투입한다. 짧은 시간내에 강도높은 훈련을 하는 셈인데, 선수들은 3분 이상만 뛰어도 힘들어 한다. 그런데 이런 식의 미니게임을 이날은 30분 이상 쉴새없이 돌렸다. #장면6 1시간여의 훈련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선수들은 마지막 몸풀기를 하며 달아올랐던 몸을 식힌다. 그런데 이번에도 쉴틈은 없다. 베르하이옌 코치는 휘슬을 불며 마지막 단거리 스퍼트를 주문한다. 지친 상태에서 전력질주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부 노장 선수들은 지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장면을 날카롭게 잡아내는 것이 베르하이옌 코치의 몫이다. 선수들의 체력상황에 대한 정보는 무선 송수신 장치가 달린 조끼를 통해 상황실 컴퓨터에 들어가고, 베르하이옌 코치가 눈으로 확인한 선수들의 피로도 측정도 선수 평가의 자료가 될 것이 뻔하다. #장면 7 운동장 한가운데 모여 코칭 스태프의 훈련의도와 평가를 들으면, 다음으로는 주장 박지성이 한마디 한다. 박지성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는 선수들밖에는 모른다. 추측컨대, 이러이러한 점이 잘 됐고, 이러이러한 점은 잘 안된 것 같다는 식의 훈련 평가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얼마남지 않는 월드컵 본선 경기에 앞서 더 자신감과 사명감을 갖자는 등 팀 스피릿을 강조할 것 같기도 하다. #장면 8 선수들은 지겨운 데이터 송수신 조끼를 벗고, 하루 8차례 마시는 단백질 음료를 손에 쥔다. 물처럼 시원하게 들이키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조금씩 마시면서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간다. 아마도 “샤워하고 푹 쉬고 싶다”고 말하면서 나갈지도 모른다. 루스텐버그(남아공)/김창금 기자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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