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8일(현지시각) 남아공 루스텐버그 올림픽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뒤 그라운드 밖 트랙 위에서 발목에 한 밴드를 뜯어내고 있다. 영상갈무리/ 김창금 기자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얼마나 꼼꼼한 선수인가를 드러낸 현장이 카메라에 잡혔다.
박지성은 8일(현지시각) 남아공 루스텐버그 올림픽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뒤 그라운드 밖 트랙 위에서 발목에 한 밴드를 뜯어냈다. 이날 훈련은 12일 낮 1시30분(한국시각 저녁 8시30분)에 열리는 월드컵 B조 첫 경기 그리스전에 대비해 똑같은 시간대에 시작해 1시간30분간 강도 높게 진행됐다. 체력훈련을 겸하고 있어 가로 35m의 미니 경기장에서 공격 조합 3팀이 돌아가면서 3대3 대결(골키퍼 포함 4대4)을 했는데, 주로 공을 잡으면 단 한번의 침투패스로 연결해 동료의 슈팅을 돕거나,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도록 했다. 20분 이상 진행됐기에 뛰는 양이 워낙 많았고, 쉴틈이 거의 없이 실전 수준으로 출력을 높여 체력소모가 컸다. 막판 피치를 올리는 체력단련 과정의 하나이기도 하다.
훈련 뒤 트랙으로 물러난 박지성은 발목 부위에 단단하게 동여맨 반창고 형태의 밴드를 가위로 잘랐다. 그런 다음 단번에 풀러낸 밴드를 버리지 않고, 밴드 안쪽 부분으로 발등과 옆에 붙어있는 끈끈이를 마치 때밀듯이 닦아냈다. 먼저 왼발의 양말을 반쪽만 벗고 끈끈이를 닦아냈는데, 티끌하나 남지 않을 정도로 깨끗해질 때까지 거의 2분에 걸쳐 문질렀다. 다음 오른발도 마찬가지로 가위로 밴드를 잘라낸 뒤 똑같은 방식으로 끈끈이를 닦아냈다. 중간에 카메라를 향해 힐끗 한번 쳐다본 것은 취재진을 위한 서비스였다. 워낙 깨끗하게 닦아내고 있는 중이어서, 다른 선수들은 이미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멀리서 “버스 곧 갑니다”라는 축구협회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엥, 다 갔네!”라며 홀로 남게 된 상황을 알았고, 곁에 있던 최주영 재활트레이너 팀장은 “너만 남은 거야”라며 은근히 재촉을 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여유만만이다. 때밀듯이 끈끈이만을 악착같이 떼어낸다. 최주영 팀장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식으로 묻자, 박지성 왈 “방법 없어요. 팀에서도 이렇게 해요”라고 답한다. 세계적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도 밴드를 떼어낸 뒤 남은 끈끈이는 다 손으로 떼어낸다는 캡틴의 말씀이다.
거의 2분 동안 오른발 끈끈이를 말끔하게 정리한 박지성. 양말을 단정히 발목까지 올리고는 쏜살같이 버스로 향해 뛴다. 경기장에서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투혼을 불사르는 거친 사나이가 박지성이다. 그런데 발목에 남은 밴드 끈끈이를 정성껏 떼어내는 모습에서 그의 성격이 매우 섬세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스텐버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루스텐버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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