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둔 9일 오후(한국시각) 루스텐버그 시민들이 시내로 몰려나와 응원도구로 사용되는 ‘부부젤라’를 불며 월드컵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루스텐버그/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김경무 선임기자의 생생 남아공 /
천안함 사태의 여파일까?
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북한 훈련캠프에 몰려드는 외신기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취재진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팀을 응원을 할 것인가?”, “남북이 이번에 격돌할 수 있다고 보는가?”, “어느 팀이 잘하는가?”…. 지난 8일 북한의 첫 공개훈련이 열린 요하네스버그 마쿨롱 경기장에서 만난 영국 <더 타임스> 슬롯 오언 기자의 첫 질문도 “남한 사람들, 북한팀 좋아하는가?”였다. 그래서 “물론이다. 우리는 한 민족이다. 북한이 16강에 올라가기를 남한 사람들도 대다수 바라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브라질의 한 방송기자는 대뜸 “북한과 브라질이 맞붙는데 남한 사람들 어느 팀을 응원할 것이냐”고 묻기까지 했다. <이스라엘 왈라> 방송기자는 ‘북한이 처음 훈련을 공개했는데, 무슨 의미를 가지느냐’, ‘남한 축구팬들 북한 응원할 것이냐’고 역시 비슷한 관심을 보였다.
이들 말고도 포르투갈, 스페인, 일본, 중국 기자들까지 몰려들어 ‘북한 기자 어디 있느냐’며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지만, ‘북한 기자는 없다’는 우리 취재진의 답변에 황당하다는 표정들이었다.
익히 알려진 일이지만,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때 북한대표팀은 ‘사다리 전법’으로 8강 신화를 이룩했다. 키 큰 유럽 선수들과의 문전 헤딩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구사한 전법으로, 월드컵사에 남을 독특한 전략이다. 공중볼 상황이 벌어졌을 때, 헤딩하는 수비수 한명을 뒤에서 다른 한명이 떠받쳐주고, 그 선수를 다른 선수가 다시 받쳐주고 해서 사다리 모양을 이루는 수비 전략이다. 평균신장이 1m65에 불과하던 북한은 이를 유효 적절히 구사해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에서 ‘거함’ 이탈리아를 1-0으로 무너뜨리는 파란을 일으켰다고 전해진다.
당시에는 16개팀 밖에 본선에나 나오지 않았는데, 처음 출전한 북한은 1차전에서 소련에 0-3으로 진 뒤 칠레와 1-1로 비겨 기운을 차리더니, 3차전에서 전반 42분 ‘동양의 펠레’ 박두익의 결승골로 소련(3승)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8강전에서 전반 1분 선제골을 시작으로 25분까지 내리 3골을 몰아치다가, 이후 에우제비우에게 내리 4골을 얻어맞으며 결국 포르투갈에 3-5 역전패를 당했지만, 북한의 8강 진출은 하나의 신화로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후 44년 만에 다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 북한대표팀은 선배들 업적 계승을 위해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또다시 1966년처럼, 조선아 이겨라!’라는 문구를 선수단 버스 옆 유리창에 큼직하게 새기고 다닌다. 이번엔 과연 어떤 이색 전략으로 돌풍을 일으킬 것인지, 외신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여전히 훈련모습을 공개하지 않는 등 폐쇄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북한. 그들은 과연 외신들의 이런 지대한 관심에 부응해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자신들의 슬로건대로 ‘어게인 1966’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요하네스버그/kkm100@hani.co.kr
여전히 훈련모습을 공개하지 않는 등 폐쇄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북한. 그들은 과연 외신들의 이런 지대한 관심에 부응해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자신들의 슬로건대로 ‘어게인 1966’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요하네스버그/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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