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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평균나이 39.1살…장애인스포츠 ‘세대교체’의 참뜻

등록 2023-10-29 09:14수정 2023-10-30 02:03

[항저우VPN]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결산
한국 선수단이 28일 중국 항저우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한국 선수단이 28일 중국 항저우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이 지난 28일 막을 내렸다.

한국 선수단은 메달 103개(금 30·은 33·동 40)를 수확하며 금메달 기준 종합 4위를 기록했다. 당초 목표로 내걸었던 금메달 숫자(39개)에는 못 미쳤지만 순위는 선방했다. 1위는 메달 521개(금 214·은 167·동 140)를 휩쓴 중국이고, 이어서 금메달 기준 이란(44개), 일본(42개)이 한국 바로 앞에, 인도(29개), 인도네시아(29개), 타이(27개), 우즈베키스탄(25개)이 한국 바로 뒤에 자리했다.

여전한 ‘중국체전’부터 이란의 약진 등 비장애인 아시안게임과 비교해볼 거리가 많지만, 한국 선수단에 한정해 톺아볼 숫자를 하나 고른다면 ‘나이’다. 약 2주 간격으로 항저우를 다녀간 비장애인 국가대표와 장애인 국가대표의 선수단 평균 나이는 각각 26.6살, 39.1살이다. 장애인 선수단이 비장애인 선수단보다 12.5년 더 늙었다. 40대 비율은 23%, ‘50대 이상’ 비율은 26%에 달한다.

양궁 혼성 복식 금메달을 따낸 김옥금(왼쪽)과 박홍조.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양궁 혼성 복식 금메달을 따낸 김옥금(왼쪽)과 박홍조.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지난 일주일 한국의 장애인아시안게임 메달 레이스를 이끈 주역 중 상당수가 이 연령대에 속해 있다. 양궁 혼성 복식 챔피언 김옥금은 63살이고, 핸드사이클에서 대회 3연패를 일군 이도연은 51살, 탁구 2관왕 주영대는 50살, 육상에서 귀한 은메달 2개를 따낸 ‘살아있는 전설’ 전민재와 공기 소총 R1 본선·결선 세계기록을 보유한 ‘사격왕’ 박진호는 46살이다. 리스트는 줄줄이 이어진다.

백전노장의 존재감은 경이로우나, 한편 그림자를 드리운다. 더딘 세대교체다. 높은 베테랑 의존도는 앞세대의 역사를 대체할 뒷물결이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비장애인 아시안게임을 결산하는 자리에서도 빠짐없이 지적되었던 문제인데, 장애인 스포츠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다만 문제는, 장애인 스포츠에서 ‘세대교체’는 조금 더 복잡한 과업이라는 점이다.

배드민턴 남자 단식 은메달을 목에 건 유수영.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배드민턴 남자 단식 은메달을 목에 건 유수영.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어린 나이부터 유망한 선수들을 발굴하고 길러내고자 2018년부터 기초 종목 육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전국의 시도장애인체육회와 일선 학교에서 유망주를 추천 받고, 장애인체육회가 직접 찾아가 잠재력을 평가한 뒤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대회 전 종목 메달(은 1·동 2)을 수확하며 아시아 무대 데뷔전을 치른 배드민턴 유수영(20)이 대표적인 육성 선수다.

세대교체에 고심이 깊은 장애인체육회의 역점 사업이지만 한계도 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특수교육통계(2023)를 보면 한국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은 10만9703명이다. 장애인체육회는 이 가운데 약 1만명이 “패럴림픽 등 장애인 스포츠 종목에 참여할 수 있는 인구”(박종철 선수촌장)라고 추산한다. 협소한 숫자다. 이 안에서 엘리트 재능을 물색하는 일은 녹록치 않다.

탁구 3관왕을 달성한 서수연.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탁구 3관왕을 달성한 서수연.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더 중요한 점은 장애의 원인이 대개 후천적이라는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 장애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10명 중 8명은 후천적 질환이나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어린 학생일수록 선천적 장애인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애인 스포츠의 인재풀은 이쪽이 훨씬 넓다. 즉, 장애인스포츠에서 ‘세대교체’보다 중요한 키워드는 ‘저변 확대’다.

이번 대회 한국에 둘 뿐인 3관왕을 보자. 김정빈(31·사이클)은 중학생 때부터 질환으로 시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서수연(37·탁구)은 대학 새내기 때 의료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들은 인생의 어느 순간 장애를 먼저 만나고, 그 뒤에 스포츠를 만났다. 많은 장애인이 장애인스포츠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접근할 방법이 없어 ‘두번째 만남’을 갖지 못한 채 산다.

사이클 3관왕을 일군 김정빈(오른쪽)과 그의 경기파트너 윤중헌.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사이클 3관왕을 일군 김정빈(오른쪽)과 그의 경기파트너 윤중헌.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외식사업가이자 본인도 후천적 장애인으로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을 이끈 김진혁 단장은 “저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종교 단체나 보험사만 찾아왔지, 체육 활동을 권유해주는 사람은 없었다”라며 “지금도 방 안에 누워만 있는 장애인들을 생활체육 현장으로 불러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수단의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운동하는 장애인의 숫자다. 세대교체의 참뜻은 여기에 있다.

항저우/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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