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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그라운드 선수들의 몸 동작 하나하나에 울고 웃는다. 선수들이 흥분하면 같이 흥분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라이벌 팀 팬들끼리 앙숙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2007년 프로야구가 낳은 ‘신 앙숙’ 롯데와 SK. 선수들이 몇번 으르렁거리더니 결국 팬들끼리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지난 토요일(21일) 롯데와 SK가 만난 사직구장. 2-3으로 지던 SK가 7회초 1점을 뽑아 동점이 되자, 3루 쪽 응원석에서 두팀 팬끼리 실랑이가 벌어졌다. “상대팀 안방에서 뒷사람 생각않고 일어서서 응원했다”는 게 다툼의 시작이었다. 롯데는 SK에 9연패 중이었다. 마침 전날엔 SK 투수 레이번이 롯데 이대호를 맞혀 두팀 선수들이 운동장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롯데팬들은 SK의 ‘얄미운 야구’에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다.
폭력사태로 번진 이날 소동은 경찰이 출동하고 당사자들이 지구대까지 끌려가고 나서야 정리가 됐다. 24일까지도 두팀 홈페이지와 한국야구위원회(KBO) 게시판엔 잘잘못을 주장하는 팬들의 글들이 올라왔다. “야구가, 롯데가 좋아서 그랬다” “술먹고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롯데 게시판)부터 “사직에선 원정응원단이 살아남기 힘들다” “다음부터 연패 중인 팀 안방엔 원정응원을 가지 말자”(SK 게시판)까지 변명과 비아냥이 넘쳐났다. 사태가 벌어졌던 이튿날. 롯데 투수 손민한은 3회초, 앞 타석서 홈런을 뽑아낸 SK 박재상의 허리를 맞혀 퇴장당했다. “민한신(손민한의 부산팬들 애칭)이 앞장섰다”와 “손민한은 그렇게 안 봤는데”로 반응은 엇갈렸다. 야구가 첫발을 디딘 인천과 ‘구도’ 부산. 서로를 ‘꼴데’(꼴찌 롯데)와 ‘주유소’라 부르는 두 지역 야구팬들이 극도로 흥분돼 있다. 23일 현재 12.5경기차로 1위와 7위인 두팀 경기는 이런 이유로 ‘빅게임’이 돼버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두팀간 남은 경기는 비로 연기된 2경기뿐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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