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장면1 2005년 11월4일, 경기도 부천체육관 체력단련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수련선수 이현수(25)와 강양현(23)이 일반인 틈바구니에서 몸을 단련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전자랜드는 그 해 9월, 이들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3명을 합쳐 5명으로 프로농구 최초의 2군을 운영했다. 그 해 이현수는 1군 엔트리에 포함돼 출전기회를 잡고 몇 경기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전자랜드 2군 제도는 흐지부지됐고, 이현수도 상무행이 좌절되면서 현역으로 입대해 사실상 농구를 접었다.
장면2 지난 8월8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 프로농구 출범 10년 만에 처음으로 합동은퇴식이 열렸다. 은퇴선수 15명 중에는 표필상처럼 마흔이 다 된 선수도 있었지만 30대 초반의 강기중(32)이나 이정래(30)도 있었다. 30대 중반의 한 선수는 “한두 시즌 더 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면3 지난달 31일 서울 후암동 용산고등학교 앞 한 카페. 한국농구연맹(KBL)이 주최한 ‘KBL, 학교 간다’ 행사에서 모교에 초청된 허재 KCC 감독이 짬을 내 지인들과 마주 앉았다. 허 감독은 “구단에서 선수 정리할 때마다 내가 죄인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평생 농구만 한 선수들이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뭘 하겠느냐”면서도 “하지만 구단이 자선사업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이 이러니 어쩌겠느냐”고 답답해 했다.
세 장면의 해법은 2군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8시즌 만인 1990년부터 2군 리그가 생겼다. 그 해 창단한 쌍방울이 합류하면서 8팀이 남부와 북부리그로 나뉘어 경기를 가졌다. 올해는 2군 올스타전까지 열렸다. 프로농구는 올해 12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지만 2군 제도는 여전히 먼 나라 얘기다. 하지만 지혜를 모으면 길은 열린다.
그 중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의 제안은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현행 엔트리(12~13명)에서 서너명 정도 더 늘리고 수련선수 몇명을 합하면 엔트리 밖에 있는 선수가 예닐곱명 되죠. 이 선수들로 다른 팀들과 연습경기를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2군 리그가 생기지 않겠어요?”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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