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는 검정 뿔테 안경이다. 그는 1976년 연세대 3학년 때 처음 안경을 착용했다. 전에도 눈이 나빴지만 운동선수가 안경 쓴다는 게 어울리지 않아 그냥 버텼다. 그러다 3학년 때 안경을 맞췄고 4학년 때는 그 당시 처음 나온 콘텍트 렌즈로 바꿨다.
최 감독이 뿔테안경을 고집한 이유는 조금 싱겁다. “가격이 저렴하고 공에 맞았을 때 덜 위험해서” 란다. 현역 때는 물론 연세대 코치 시절에도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직접 몸을 부대꼈으니 튼튼한 안경이 필요했다. 그는 연세대 감독 시절 승승장구하며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그가 1986년 처음 연세대 코치로 부임했을 때 1학년이던 유도훈(KT&G 감독)을 시작으로 정재근 이상범 문경은 우지원 이상민 서장훈 등 그의 손을 거쳐간 농구스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승도 숱하게 했고, ‘지장’ 이미지로 텔레비전 광고까지 출연했다.
그러나 프로는 아직 자신의 무대로 만들지 못했다. 늘 하위권을 맴도는 팀을 맡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는 2005~06 시즌 꼴찌팀 전자랜드를 맡아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 언저리까지 올려놓았다. 비록 순위는 9위로 마쳤지만 막판까지 치열한 6강 다툼을 벌이며 선전했다.
최 감독은 이번 시즌을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를 뽑는 행운으로 시작했다. 주인공은 테렌스 섀넌이다. 그의 팔뚝은 문신 투성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뜻이 많다. 오른팔엔 농구공 위에 자신의 이름과 등번호 ‘33’을 새겨넣었다. 왼팔엔 자신을 뜻하는 그림이 있고, 목덜미엔 한자로 부모(父母)라고 새겼다. 그는 “내 존재를 알리고 싶고,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문신을 새긴 이유를 설명했다.
과거 프로농구 우승 감독에게는 언제나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최 감독의 오랜 친구 신선우 감독과 찰스 민렌드다. 신 감독은 민렌드를 ‘민철수’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하곤 했다. 최희암 감독과 섀넌은 과연 ‘찰떡 궁합’을 과시할지, ‘뿔테안경’과 ‘문신’의 합작품이 궁금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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