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그는 밤새 고통과 싸워야 했다.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엄습했다. “이 세상 고통의 절정이라고 표현하면 이해하실까요?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아팠어요.” 그는 결국 하얀 밤을 지새웠고, 이튿날 아침 대구에서 서울로 이송됐다. 진단결과는 허리디스크 파열. 그는 “디스크가 터져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매직핸드’ 김승현(29·대구 오리온스)은 농구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프로농구 개막일(10월19일)에 날벼락을 맞았다. 그날 오리온스는 울산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 모비스와 공식 개막전을 가졌다. 김승현은 펄펄 날았다. 12득점 12도움주기 4가로채기. 7년 만에 프로무대에 복귀한 신임 이충희 감독에게 기분 좋은 첫승을 선물했다. 경기 뒤 그는 “잔부상 없이 한 시즌을 무사히 뛰고 싶다”고 소박하게 얘기했다. 2001년 데뷔 뒤 발목과 허리 등 크고 작은 부상이 그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그는 “3·4쿼터에 허리가 좀 뻐근했다”는 말을 남기고 인터뷰실을 나갔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 될 줄이야….
8주 진단을 받은 그는 요즘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 재활훈련은 엄두도 못낸다. 뼈가 신경을 눌러 다리가 저린 탓이다. 그가 빠진 뒤 오리온스는 한때 5연패를 당했다. “이기면 마음이라도 편할텐데…. 마음이 편치 않네요.” 이충희 감독은 그런 김승현에게 “무리하지 말고 완쾌되거든 코트에 나서라”고 격려해 주고 있다.
김승현은 프로농구 11년 동안 최우수선수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거머쥔 유일한 선수다. 2001년 신인 드래프트 때 송영진과 전형수에 밀려 전체 3순위로 지명될 정도로 최고스타는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무대에서 공간을 활용하는 창조적 플레이로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거듭났다.
그의 마음은 벌써 코트에 있다. 그는 “그 어느 시즌 보다 열심히 준비했는데…”라며 목소리를 흐렸다. 그리곤 “농구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그가 없는 농구코트가 왠지 허전하다. 그의 창조적 플레이를 하루빨리 보고싶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김승현(29·대구 오리온스).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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