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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름으로’ 허윤정 눈물겨운 재기

등록 2007-11-20 18:56수정 2007-11-20 19:02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400m 트랙을 뛰고 또 뛰었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사랑스런 남편(이용석)과 두 딸(하나, 두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다시 시작한 운동인데….”

허윤정(29)
허윤정(29)
용인 삼성생명 허윤정(29)은 두 아이 엄마다. 여자프로농구 선수 중에 아이 딸린 엄마 선수는 허윤정과 신한은행 플레잉코치 전주원 딱 둘 뿐이다.

허윤정은 인천 인성여고 2학년 때 1순위로 삼성생명에 지명된 유망주였다. 큰 키(1m83)로 센터를 맡았다. 그러나 삼성생명엔 정은순이라는 대형 센터가 버티고 있었다. 그는 겉돌았고 집안 사정까지 겹치며 프로 입단 3년반 만에 운동을 접었다.

5년이란 세월이 흘러, 지난 5월 삼성생명 문을 다시 두드렸다. 팀에선 “기존 선수도 많은데…”라며 난색이었다. 6월말까지 테스트가 거듭됐다. 정덕화 감독은 기존 선수와 똑같이 고된 훈련을 시켰다. 5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온 그로선 따라가기 힘든 훈련이었다. 무리하다보니 발목과 허리 등 잔부상에 시달렸다. 그는 “아파서 누워 있을 땐 ‘다시 뛸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다”고 했다. 가족과 떨어진 숙소생활도 아이들에겐 못할 짓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하나와 두나가 “엄마 보고싶다”고 울먹일 땐 눈물이 두 뺨을 적셨다. 아이들은 아빠에게 “엄마 왜 집에 안오냐”며 칭얼댔다. 할 수 없이 아이들이 잠들고 난 뒤 남편과 몰래 통화해야 했다.

그에게 기회가 왔다. 외국선수 없이 치르는 이번 시즌엔 센터가 중요한데 마침 삼성생명은 센터가 약했다. 주전 이종애까지 어깨부상을 당했다. 마침내 시즌이 개막됐다. 그는 당당히 주전을 꿰찼다. 8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30분을 넘게 뛰고 있다. 경기당 평균 6.6득점에 5.0튄공잡기. 기적같은 일이었다. 칭찬에 인색한 정덕화 감독 입에서도 “허윤정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는 말이 나왔다. 그는 “처음엔 연습생 정도로 생각했다. 체력도 약한데 군말없이 따라줬다”며 고마워했다.

허윤정은 “이렇게 다시 뛸 수 있다는 게 꿈같다.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이젠 울지 않을 거예요.”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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