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여자프로농구 부천 신세계 정인교 감독의 헤어스타일은 까까머리다. 앞머리까지 바짝 잘라 촌스럽다. 그는 지난 시즌 팀을 다섯시즌 만에 4강에 진출시킨 뒤 “이젠 머리 좀 길러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도 2주에 한번씩 머리에 가위를 댄다. 요즘 팀 성적이 그를 여전히 까까머리로 만들었다. 신세계는 현재 1승8패로 최하위. 그런데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다. 번번이 아쉬운 패배를 당한다. 그러니 잠이 올리 없다. 평균 2시간 밖에 잠을 못 이룬다는 그는 “수면제도 써봤지만 머리만 아파 끊었다”고 했다.
정 감독은 2006 겨울리그 도중 김윤호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유일한 30대 감독, ‘초보감독’으로 1년 만에 꼴찌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지난 시즌 기자단의 감독상 투표에서 우승팀 감독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번 시즌도 야심차게 준비했다. 강훈련과 상대팀 연구를 거듭하며 팀을 잘 다듬었다. 안산 신한은행을 빼면 모두 해볼만하다고 여겼다. 내심 챔피언전까지 기대했다. 그런데 첫 경기부터 꼬였다. 최강 신한은행을 상대로 연장 끝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이어 춘천 우리은행에 3점 차 역전패, 가장 최근엔 용인 삼성생명에 또 4점 차 역전패…. 운만 조금 따랐어도 4승5패나, 5승4패는 할 수 있었다. 그는 “준비한 전술은 잘 먹힌다. 그런데 마지막 슛이 안들어간다”며 안타까워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에게 훈련할 땐 혹독하지만 체육관 밖에선 친구처럼 오빠처럼 따뜻하다. 휴일엔 “기분전환하고 오라”며 숙소에 일절 남아있지 못하게 한다. 이따금 선수들과 숙소앞 단골집에서 생맥주도 한두잔한다. 그는 선수들에게서 희망을 엿본다. 선수들은 되레 정 감독을 위로하며 훈련 분위기를 띄운다. 양정옥·정진경 등 부상중인 고참들도 살아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시즌은 7라운드 팀당 35경기나 된다. 그는 “조급해서 한 두경기 놓쳤지만 이젠 여유를 찾으려고 한다”고 했다. ‘성장통’을 견뎌내는 초보감독의 노력이 아름답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정인교 감독(부천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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