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안양 KT&G 유도훈 감독은 프로농구 10개 팀 감독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 1967년 4월생인 그는 지난 2월, 마흔번째 생일을 맞기도 전에 프로농구 사령탑에 올랐다. 유 감독은 또 10개 팀 감독 중 가장 키가 작다. 그의 실제 키는 172.6㎝. 그는 “반올림해서 173㎝로 해달라”며 씩 웃는다. 지난 시즌 막판 KT&G를 맡아 ‘초보감독’으로 불렸던 유 감독은 요즘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시즌 전 중하위권으로 분류되던 KT&G의 돌풍 덕분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해마다 시즌 초, 농구담당 기자들을 상대로 ‘1·2·3위 예상팀 승패 알아맞추기’를 한다. 1라운드가 끝난 뒤 적지않은 기자들이 “KT&G가 변수”라며 고민했다. 전력은 분명 중하위권인데, 성적은 3~4위를 오르내렸기 때문. KT&G는 그때보다 현재 순위를 더 올려 2위(11승7패)를 달리고 있다. 벌써부터 최강 동부에 대적할 팀은 KT&G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KT&G의 2위 질주는 미스터리다. 포인트가드 주희정 외엔 뚜렷한 스타도 없고, 높이가 뛰어난 팀도 아니다. 양희승까지 KTF로 이적해 변변한 슈터도 없다. 유 감독은 개막 후 2연패에 빠진 뒤 “어린 선수들이라 아직 경험이 없다. 하지만 조직력과 수비가 살아날 것”이라며 기대했다. 이 말은 적중했다. 지난달 말부터 18일 동안 9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도 수비는 끈끈했고, 패스도 잘 돌아갔다. 체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서른이 넘은 주희정조차 “농구도 더블헤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KT&G는 과거 단테 존스를 앞세운 화려한 공격농구를 했다. 유 감독은 부임 후 팀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체력을 강조했고 수비와 튄공잡기 등 기본기에 충실한 농구를 가르쳤다.
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실력은 조금 모자랄지 몰라도 인간성은 좋다”며 허허 웃는다. 현역시절 ‘코트의 여우’로 불리며 코트를 누볐던 ‘작은 거인’ 유도훈 감독. 그가 몰고온 코트의 돌풍이 신선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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