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 14일(한국시각) 남아공 루스텐버그의 숙소인 헌터스레스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취재진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아르헨전 3일 앞두고 휴식…“선수는 기계 아냐“
미국전 ‘삐끗’한 골키퍼도 골프치며 맘 추스러
미국전 ‘삐끗’한 골키퍼도 골프치며 맘 추스러
“선수는 기계가 아니다.”
허 감독은 14일(한국시각) 대표팀 베이스캠프인 남아공 루스텐버그의 숙소인 헌터스레스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수들에게 휴식을 많이 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허 감독은 “선수생활 때부터 굉장히 많이 느꼈던 부분이 휴식”이라며 “한두시간 더 훈련한다고 좋을 것 같지만 역효과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지난달 26일 오스트리아 전지훈련부터 12일(현지시각) 그리스전까지 총 17일 동안 4일을 전면 휴식으로 채웠다. 어떤 때는 가벼운 족구 한번 하고 훈련장을 떠난 날도 있다. 취재진에서는 일부 “훈련을 언제 하느냐?”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사흘 앞둔 14일에도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꿀맛같은 휴식을 주었다.
허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해오면서도 마찬가지다. 선수들한테는 항상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며 “마음이 조급해 한 시간, 두 시간 더 운동하면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정신적으로 조급해지면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휴식을 많이 주는게 아니라 적절하게 휴식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한국의 축구문화는 지나치게 지나친 훈련량이 문제가 되고는 했다. 오로지 많이 뛰면 된다고 생각하는 상당수 지도자들의 생각 때문에 선수들의 무릎과 관절은 성인이 됐을 때 이미 골병이 들어 버린다. 어린 시절부터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축구의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훈련에 치이면서 질리는 경우도 있다. 13일 열린 월드컵 C조 잉글랜드-미국 경기 때 결정적인 실수로 미국에 동점골을 내줬던 잉글랜드팀의 ‘역적’(?) 골키퍼 로버트 그린은 다음날 동료들과 골프를 치면서 마음을 추스렀다. 한국적 정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시간에 백번, 천번 공을 잡는 훈련을 하는 것보다는 휴식이 몇곱절 값진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잘 알고 있다.
[관련영상] 박지성 인터뷰
허 감독의 새로운 팀 운영 방침은 선수들의 자신감과 사기를 올리는 즉효약이 됐다. 지옥훈련과 같은 체력훈련을 선수들이 군말없이 따라온 것도 상상하지 못했던 휴식이 보장되면서 효과가 커졌다. 정신적으로 여유를 갖게 되면서,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진짜 프로페셔널이 됐다. 마음 가짐은 자세의 변화를 가져오고, 몸을 바꾸며 경기의 결과를 만든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사흘 앞둔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한 고비만 넘으면 정상인데 가파르다가 쉬어가거나 내려가겠다고 포기하는 것은 안된다”며 “첫 경기에서 얻은 귀중한 승점이 헛되지 않도록 마무리를 잘하자고 선수단 모두가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휴식은 충전이며, 집중력을 키운다. 허 감독이 과감하게 시도한 대표팀의 새로운 훈련 문화는 강도높게 선수를 돌리는데 익숙한 국내 축구 관행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 같다. 루스텐버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허 감독의 새로운 팀 운영 방침은 선수들의 자신감과 사기를 올리는 즉효약이 됐다. 지옥훈련과 같은 체력훈련을 선수들이 군말없이 따라온 것도 상상하지 못했던 휴식이 보장되면서 효과가 커졌다. 정신적으로 여유를 갖게 되면서,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진짜 프로페셔널이 됐다. 마음 가짐은 자세의 변화를 가져오고, 몸을 바꾸며 경기의 결과를 만든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사흘 앞둔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한 고비만 넘으면 정상인데 가파르다가 쉬어가거나 내려가겠다고 포기하는 것은 안된다”며 “첫 경기에서 얻은 귀중한 승점이 헛되지 않도록 마무리를 잘하자고 선수단 모두가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휴식은 충전이며, 집중력을 키운다. 허 감독이 과감하게 시도한 대표팀의 새로운 훈련 문화는 강도높게 선수를 돌리는데 익숙한 국내 축구 관행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 같다. 루스텐버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