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체성들은 상호 보완하고 서로가 겹쳐질 수 있지만, 서로 배타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정체성도 있다. 남자이면서 동시에 여자이거나, 키가 크면서 작거나, 미혼이면서 기혼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무슬림이면서 동시에 크리스천이거나, 가톨릭이면서 개신교이거나, 불교도이면서 유대교일 수는 없다. 물론(초기...
선(禪)은 어떤 경전의 가르침으로도 전할 수 없고, 어떤 수행으로 닦아도 얻을 수 없으며, 어떤 견문으로도 이해할 수 없고, 어떤 방편으로도 들어갈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고 합니다. 오직 부처 종자를 숙세에 훈습한 큰마음이 중생만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하나를 듣고...
지난 주말 오후 집회를 마친 후 몇몇 교인들과 마주앉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가던 중 한 분이 문득 "목사님도 외로우세요?"하고 물었습니다. '주님이 계신 데 외롭기는 뭐가 외로워요'라고 대답했으면 좋았겠지만, 저는 몇 번이고 힘을 주어 '그럼요, 그럼요'하고 대답했습니다. 언제 외로우냐는 ...
고작 약속 장소 하나 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미혹에 흔들리면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저도 우유부단하게 "어디가 좋을까?"라고 고민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15분 정도 지나가 버리는 때가 가끔 있습니다.…수많은 생각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어떤 선택이 보다 이득인지 계산하고 ...
나이가 들수록 가만히 있어도 삶의 무게는 무거워지니 가급적 많은 것들을 단순화시키고 깃털처럼 가볍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방식에 여분의 군더더기가 없을수록 자유롭다. 특히 그중에도 인간관계가 자유로워야 한다.인간관계에 있어서 맨 먼저 할 일은 '나는 누구로부터 사랑받고 싶은가, 나는 누구를 사...
내가 말했다."가톨릭에 황창연이라는 유명한 신부님이 계시는데 그분이 그러셨어. 다리가 떨릴 때 말고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떠나라고. 이스라엘이나 이런 데로 성지순례도 떠나라고. 신자들이 '돈 없어요'하니까 '애 학원 보내지 말고 그 돈으로 가요. 애 휴학시켜요, 지가 벌게. 그러면 여행갈 수 있어요'하셨...
"이상하게 나는 호박을 못 키워. 매년 호박이 안돼."그러자 호박을 따서 씻던 시인이 무심해 대답했다."거름이 부족한 게지.""아니야, 심기 전에 퇴비 주고 고양이 똥 삭힌 거랑 우유 남은 거 이런 거 주는데 잎만 무성해서 무슨 칡덩굴처럼 2층 창까지 올라갔어."그러자 시인이 피식 웃...
장군과 찻잔용맹스럽기로 이름난 한 장군이 평소 애지중지하던 골동품 찻잔을 꺼내어 감상하고 있었습니다.이리저리 만지다가 갑자기 찻잔이 손에서 미끄러졌습니다."어이쿠!"얼른 찻잔을 움켜잡은 장군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천만대군을 이끌고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터를 들락거리면서도 한 번도 ...
조금 지난 일이다. 많은 물건을 버리고 나서 방이 꽤 깔끔한 상태가 되었다. 여느 때처럼 자려고 누웠는데 희한한 감정을 느꼈다. 왠지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넘쳐났다. 늘 '더, 더!'하면서 물건을 끝없이 탐닉했을 때는 맛보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내게 부족한 물건만 손꼽던 시절에는 지금 갖...
무엇이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가불타 석가모니는 『숫타니파타』에서 '천한 사람'에 대하여 이와 같이 말한다."얼마 안 되는 물건을 탐내어 사람을 죽이고 그 물건을 약탈하는 사람,증인으로 불려 나갔을 때 자신의 이익이나 남을 위해서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가진 재산이 넉넉하면서도 늙고 병든 부모를 섬기지 ...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유전자의 보편적 법칙에만 기초를 둔 인간사회는 매우 험악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개탄스러운 일이라 해도 그것이 사실임에는 변함없다. 이 책은 독자가 흥미롭게 읽도록 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도덕을 이끌어 내고 싶다면 이 책의 내용을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이기...
`안절부절'을 뜻하는 영어 단어 fidget은 `간절히 바라다'는 의미의 고대 노르웨이어에서 왔다. 안절부절 못하는 지루함은 텅 빈 상태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증상이다. 우리는 손에 잡히는 무엇으로든 그 텅 빈 상태를 채우려 한다. 그래서 30분 동안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