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연습장 (17)
나다 : 태어나다
평범과 비범 사이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더 자연스러운 말을 고르면? 우리 첫아이는 1991년 1월8일에 (났다|태어났다). 이 마을이 내가 (나서|태어나서) 자란 곳이다. 올해는 모차르트가 (난|태어난) 지 250년 되는 해다. [풀이] 한국어에서 ‘나다’만큼 여러 경우에 쓰이는 말도 드물다. “도로가 나다” “탈이 나다” “풀이 나다”는 ‘발생’, “여드름이 나다”는 ‘돌출’, “기운이 나다”는 ‘회복’, “피가 나다”는 ‘유출’이다. “냄새가 나다”는 ‘발산’이고 “기사가 나다”는 ‘노출’이다. “해가 나다”는 ‘출현’, “바다에서 나는 생선”은 ‘산출’, “돈이 나다”는 ‘획득’, “난 사람”은 ‘뛰어나다’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나다’의 쓰임은 일일이 꼽기가 힘들 정도다. ‘나다’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쓰임새는 “신동이 나다” “큰 인물이 나다” 같은 ‘사람의 출생’이다. 용례의 가짓수로 보았을 때 ‘나다’의 여러 쓰임새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발생’이고, 여기서 나머지 의미들이 가지쳐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출생’ 역시 ‘발생’의 하위개념이다. 그렇다면, 언뜻 의미가 같아 보이는 ‘나다’와 ‘태어나다’의 차이는 뭘까? 이 세상에 있는 것은 모두 ‘나다’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나다’가 ‘출생’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은 이 낱말의 수많은 쓰임새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해서 이 낱말은 특별히 해당 인물의 출생에 남다른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며, 다만 출생이라는 사실정보를 별다른 느낌 없이 전달한다. 한편 ‘태어나다’에서 ‘태어’는 ‘타다’에서 왔다. ‘타다’는 “용돈을/개근상을 타다”에서 그런 것처럼 뭔가를 받을 때 쓰는 말이다. ‘받다’와 다른 점은, 주는 이가 웃어른이거나 권위를 지닌 단체라는 것이다. 즉 ‘높은 존재가 내리는 것을 받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높은 존재’에는 신이나 대자연, 우주의 섭리 같은 초월적 존재도 들어 있다. 우리가 ‘나다’ 앞에 ‘타다’를 붙여 쓸 때에는 무의식중에 이런 존재들의 개입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부산에서 났다”와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다”의 차이는 뭘까? 앞엣것이 자신의 존재나 출생 사실보다는 단순히 출생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뒤엣것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일상적인 대화라면 자신에 대해서는 ‘나다’를 쓰는 편이 자연스럽다. 반대로, 황진이나 모차르트 같은 인물에 대해서는 ‘태어나다’가 더 어울린다. 그러나 남 보기에는 하찮더라도 내 눈에는 귀한 사람이 있기에, 평범한 인물이더라도 그 탄생에 각별한 의미를 얹고자 할 때는 ‘태어나다’를 쓸 수 있다. [요약] 나다: 출생을 사실적?객관적으로 가리킴|주체를 강조하는 의미는 없음 태어나다: 주체가 중요한 인물일 때, 혹은 주체에게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때 김철호/ 번역가·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 [답] 태어났다, 나서, 태어난
평범과 비범 사이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더 자연스러운 말을 고르면? 우리 첫아이는 1991년 1월8일에 (났다|태어났다). 이 마을이 내가 (나서|태어나서) 자란 곳이다. 올해는 모차르트가 (난|태어난) 지 250년 되는 해다. [풀이] 한국어에서 ‘나다’만큼 여러 경우에 쓰이는 말도 드물다. “도로가 나다” “탈이 나다” “풀이 나다”는 ‘발생’, “여드름이 나다”는 ‘돌출’, “기운이 나다”는 ‘회복’, “피가 나다”는 ‘유출’이다. “냄새가 나다”는 ‘발산’이고 “기사가 나다”는 ‘노출’이다. “해가 나다”는 ‘출현’, “바다에서 나는 생선”은 ‘산출’, “돈이 나다”는 ‘획득’, “난 사람”은 ‘뛰어나다’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나다’의 쓰임은 일일이 꼽기가 힘들 정도다. ‘나다’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쓰임새는 “신동이 나다” “큰 인물이 나다” 같은 ‘사람의 출생’이다. 용례의 가짓수로 보았을 때 ‘나다’의 여러 쓰임새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발생’이고, 여기서 나머지 의미들이 가지쳐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출생’ 역시 ‘발생’의 하위개념이다. 그렇다면, 언뜻 의미가 같아 보이는 ‘나다’와 ‘태어나다’의 차이는 뭘까? 이 세상에 있는 것은 모두 ‘나다’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나다’가 ‘출생’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은 이 낱말의 수많은 쓰임새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해서 이 낱말은 특별히 해당 인물의 출생에 남다른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며, 다만 출생이라는 사실정보를 별다른 느낌 없이 전달한다. 한편 ‘태어나다’에서 ‘태어’는 ‘타다’에서 왔다. ‘타다’는 “용돈을/개근상을 타다”에서 그런 것처럼 뭔가를 받을 때 쓰는 말이다. ‘받다’와 다른 점은, 주는 이가 웃어른이거나 권위를 지닌 단체라는 것이다. 즉 ‘높은 존재가 내리는 것을 받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높은 존재’에는 신이나 대자연, 우주의 섭리 같은 초월적 존재도 들어 있다. 우리가 ‘나다’ 앞에 ‘타다’를 붙여 쓸 때에는 무의식중에 이런 존재들의 개입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부산에서 났다”와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다”의 차이는 뭘까? 앞엣것이 자신의 존재나 출생 사실보다는 단순히 출생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뒤엣것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일상적인 대화라면 자신에 대해서는 ‘나다’를 쓰는 편이 자연스럽다. 반대로, 황진이나 모차르트 같은 인물에 대해서는 ‘태어나다’가 더 어울린다. 그러나 남 보기에는 하찮더라도 내 눈에는 귀한 사람이 있기에, 평범한 인물이더라도 그 탄생에 각별한 의미를 얹고자 할 때는 ‘태어나다’를 쓸 수 있다. [요약] 나다: 출생을 사실적?객관적으로 가리킴|주체를 강조하는 의미는 없음 태어나다: 주체가 중요한 인물일 때, 혹은 주체에게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때 김철호/ 번역가·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 [답] 태어났다, 나서, 태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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