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연습장(22)
가꾸는 곳, 움직이는 곳
뜰 : 마당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적당한 말을 고르시오. 얘들아, 시끄러워 정신이 없구나, (뜰|마당)에 나가 놀려무나. 안주인이 꽃을 좋아하셔서 그런지 (뜰|마당)을 잘 가꾸셨군요. 내일은 고추를 말려야 하니 (뜰|마당)을 미리 좀 치워놓아야겠는데. [풀이]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이 일반화되면서 ‘뜰’과 ‘마당’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두 낱말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뜰’과 ‘마당’은 모두 울타리나 담 안에 있으면서 집 앞이나 뒤, 옆에 딸려 있는 평평한 빈터를 가리키지만, 놀이와 노동이라는 범주를 중심으로 분별해서 쓰이고 있다. 한마디로 ‘뜰’이 화초를 가꾸는 여가의 공간이자 주로 완상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마당’은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일이 벌어지는 곳으로서 놀이나 활동, 노동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뜰’은 관상용 식물이 중심을 이루는 반면, ‘마당’은 사람이 중심이다. 이런 점에서 ‘뜰’은 정적이고 개인적이며, ‘마당’은 동적이고 공동체적이라 할 만하다. ‘마당’은 활동이 중심이기 때문에 만약 나무나 꽃이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사람의 활동을 제한한다면 제 기능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마당’은 의미의 폭을 넓혀 어떤 일이 벌어지는 장소나 자리라는 뜻으로 쓰이는 일이 많다. ‘놀이마당’ ‘취재경쟁 마당’ ‘참여마당’ ‘씨름마당 등이 그렇고, ‘-ㄴ 마당에’라는 꼴로 쓰이는 경우도 그렇다. “급한 마당에 주저하고 말고가 없었다” “헤어지는 마당에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에서 ‘마당’은 이미 일이 벌어져서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을 가리킨다. 그뿐인가. ‘마당극’은 ‘마당’처럼 탁 트인 곳에서 벌이는 연극이고 극적인 구성도 열려 있기 때문에 ‘막’이 아니라 ‘마당’으로 구분해서 헤아린다. ‘뜰’에는 화초, 나무, 꽃, 잔디는 물론 푸성귀까지 심을 수 있다. 하지만 우람한 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는 곳을 ‘뜰’이라고 부르면 어울리지 않는다. 사전들은 대부분 ‘정원’을 ‘뜰’과 거의 같은 뜻으로 풀이하고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정원’에는 ‘뜰’에 비해 특별히 더 잘 가꾸어놓았다는 뜻이 덧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뜰’이 여염집에 딸려 있다면, ‘정원’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저택이나 왕궁에 딸려 있어서 ‘뜰’보다는 좀더 넓은 느낌이 나고, 꽃밭처럼 품을 많이 들여 가꾸는 곳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뜰’의 어원은 미상이나 ‘들’과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서 두 낱말이 같은 어원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뜰’과 ‘들’은 모두 어느 정도 넓이를 갖춘 평평한 곳으로 식물이 자라는 땅이다. 어떻게 보면 ‘뜰’은 ‘집안에 있는 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맘때면 누군가의 손길이 건물 옆 자투리땅에 파릇파릇한 생명을 심고 가꾸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있다. ‘뜰’도 ‘마당’도 아닌 곳에 초록빛을 키워내는 마음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요약] 뜰: 식물이 중심|완상 또는 여가나 휴식의 공간|어떤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리킬 수 없다 마당: 사람이 중심|놀이나 활동 또는 노동의 공간|어떤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리킬 수 있다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답] 뜰|마당, 뜰, 마당
뜰 : 마당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적당한 말을 고르시오. 얘들아, 시끄러워 정신이 없구나, (뜰|마당)에 나가 놀려무나. 안주인이 꽃을 좋아하셔서 그런지 (뜰|마당)을 잘 가꾸셨군요. 내일은 고추를 말려야 하니 (뜰|마당)을 미리 좀 치워놓아야겠는데. [풀이]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이 일반화되면서 ‘뜰’과 ‘마당’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두 낱말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뜰’과 ‘마당’은 모두 울타리나 담 안에 있으면서 집 앞이나 뒤, 옆에 딸려 있는 평평한 빈터를 가리키지만, 놀이와 노동이라는 범주를 중심으로 분별해서 쓰이고 있다. 한마디로 ‘뜰’이 화초를 가꾸는 여가의 공간이자 주로 완상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마당’은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일이 벌어지는 곳으로서 놀이나 활동, 노동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뜰’은 관상용 식물이 중심을 이루는 반면, ‘마당’은 사람이 중심이다. 이런 점에서 ‘뜰’은 정적이고 개인적이며, ‘마당’은 동적이고 공동체적이라 할 만하다. ‘마당’은 활동이 중심이기 때문에 만약 나무나 꽃이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사람의 활동을 제한한다면 제 기능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마당’은 의미의 폭을 넓혀 어떤 일이 벌어지는 장소나 자리라는 뜻으로 쓰이는 일이 많다. ‘놀이마당’ ‘취재경쟁 마당’ ‘참여마당’ ‘씨름마당 등이 그렇고, ‘-ㄴ 마당에’라는 꼴로 쓰이는 경우도 그렇다. “급한 마당에 주저하고 말고가 없었다” “헤어지는 마당에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에서 ‘마당’은 이미 일이 벌어져서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을 가리킨다. 그뿐인가. ‘마당극’은 ‘마당’처럼 탁 트인 곳에서 벌이는 연극이고 극적인 구성도 열려 있기 때문에 ‘막’이 아니라 ‘마당’으로 구분해서 헤아린다. ‘뜰’에는 화초, 나무, 꽃, 잔디는 물론 푸성귀까지 심을 수 있다. 하지만 우람한 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는 곳을 ‘뜰’이라고 부르면 어울리지 않는다. 사전들은 대부분 ‘정원’을 ‘뜰’과 거의 같은 뜻으로 풀이하고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정원’에는 ‘뜰’에 비해 특별히 더 잘 가꾸어놓았다는 뜻이 덧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뜰’이 여염집에 딸려 있다면, ‘정원’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저택이나 왕궁에 딸려 있어서 ‘뜰’보다는 좀더 넓은 느낌이 나고, 꽃밭처럼 품을 많이 들여 가꾸는 곳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뜰’의 어원은 미상이나 ‘들’과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서 두 낱말이 같은 어원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뜰’과 ‘들’은 모두 어느 정도 넓이를 갖춘 평평한 곳으로 식물이 자라는 땅이다. 어떻게 보면 ‘뜰’은 ‘집안에 있는 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맘때면 누군가의 손길이 건물 옆 자투리땅에 파릇파릇한 생명을 심고 가꾸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있다. ‘뜰’도 ‘마당’도 아닌 곳에 초록빛을 키워내는 마음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요약] 뜰: 식물이 중심|완상 또는 여가나 휴식의 공간|어떤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리킬 수 없다 마당: 사람이 중심|놀이나 활동 또는 노동의 공간|어떤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리킬 수 있다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답] 뜰|마당, 뜰,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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