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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월 3일 한국어 연습장

등록 2006-03-02 21:23수정 2006-03-03 16:10

한국어 연습장 (19)

남자라고 다 같은 남자가 아니다
남자 : 사내 : 사나이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말을 고르면?

우리 언니는 아직 (남자가|사내가|사나이가) 없다.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남자|사내|사나이) 구실을 못한다.


실직한 뒤로 (남자|사내|사나이) 구실을 못한다는 말을 듣는다.

(남자|사내|사나이) 가는 길에 두려울 것이 무어랴.

[풀이]

‘남자’와 ‘사내’는 여자가 아닌 사람을 가리킨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어린아이를 ‘남자’나 ‘사내’라고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여기서도 두 낱말은 다른 점이 없다. “낯선 남자/사내”나 “웬 남자/사내”에서 보듯이 ‘남자’와 ‘사내’는 쉽게 자리를 바꿀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아는 남자”는 자연스럽지만 “내가 아는 사내”는 어색하다. “아버지도 남자시니까”는 가능하지만 “아버지도 사내시니까”는 불가하다. ‘남자’가 가치중립적이라면 ‘사내’는 사람을 다소 낮추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사내자식” “사내놈” 같은 말로 아랫사람에 대한 친밀감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 ‘남자학교’ ‘남자화장실’ ‘남자직원’은 상식적이지만 ‘사내학교’ ‘사내화장실’ ‘사내직원’은 비상식적이다. 학교, 화장실, 직원 등 근대 이후에 생겨난 것들과 ‘남자’의 친화성은 이 낱말이 지닌 근대적 성격을 말해준다. ‘남자’가 추상어와 만난 ‘남자관계’나 ‘남자문제’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의미의 폭이 ‘사내’보다 넓다. “언니한테 사내가 생겼다”가 어색한 이유는, ‘남자’가 여자의 다양한 교제상대를 두루 가리키는 데 반해 ‘사내’는 거의 성적인 의미에 한정해서 쓰이기 때문이다. “남자 구실을 못한다”가 주로 경제력을 포함한 사회적 맥락으로, “사내 구실을 못한다”가 대개 성적인 의미로 읽히는 까닭도 이와 관련이 깊다. 이런 식으로 ‘남자’는 ‘사내’를 밀어내면서 자리를 넓혀왔고, 이런 추세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사나이’는 ‘사내’의 본디말이지만 의미상 부분집합으로 자리잡았다. ‘사나이’는 ‘사내’ 중에서도 ‘사내다운 사내’를 가리킨다. 그래서 ‘사나이’ 앞에는 대개 ‘야성의’ ‘집념의’ ‘강심장의’같이 (남성중심적 관점에서) 긍정적 느낌을 담은 표현이 온다. ‘사나이’는 남성성의 상징이다. “험악한 인상의 사나이” “수수께끼의 사나이” 같은 표현에서는 ‘사나이’를 ‘사내’로 바꾸는 편이 좀더 자연스럽다. 즉, 해당인물에 대한 경험적 정보가 없을 때 ‘사나이’는 다소 어색하다. ‘사내’와 달리 ‘사나이’는 ‘남자’의 득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남자’가 ‘사나이’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 “남자답다” “남자 중의 남자” 같은 몇 가지 표현뿐이다.

[요약]

남자: 가치중립적 표현|생물학적?사회적 맥락에서 두루 쓰임|근대적

사내: 다소 범속한 표현|주로 성적인 맥락에서 쓰임|토속적?전통적

사나이: 주로 남자들끼리만 쓰는, 남성성을 강조한 표현

[답]

남자, 사내, 남자, 사나이

김철호(번역가/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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