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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2월 24일 한국어 연습장

등록 2006-02-23 21:05수정 2006-02-24 19:08

한국어 연습장 (18)
다시 : 또
꺼진 불을 또 봐야 소용없다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어울리는 말을 고르시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또) 있을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몇 번이나 (다시|또) 읽었다.

(다시|또) 그런 소릴 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또) 떠오른다.


[풀이]

어떤 일을 ‘다시’ 하든 ‘또’ 하든 매한가지 같지만, ‘다르다’와 어원이 같은 ‘다시’에는 특별한 뜻이 있다(‘닫[別]→닷+이’=‘다시’). 즉 ‘또’는 같은 일을 단순히 되풀이할 때 쓰이고, ‘다시’는 무언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을 ‘새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는 반복이 일어나는 시간적 격차에 대한 인식을 내포하지만, ‘또’는 흘러간 시간과 상관없이 반복이라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둔다. 그리고 ‘다시’는 언제나 주체가 동일하지만, ‘또’는 주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다시 태어나다’는 한 사람의 달라진 삶에 대한 비전을 암시하고, ‘또 태어나다’는 다른 누군가가 태어남을 가리킨다.

무언가를 ‘다시’ 하는 이유는 이전에 했던 일에 잘못이나 미흡한 점이 있기 때문이므로, 그것을 마저 매듭짓고 마무리하고 확인해두려는 주체의 의지를 전제한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다시 읽었다”고 하면,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다시’ 읽었다는 말이다. “이것도 보고서라고 썼나? 다시 써 와!”에서 만약 보고서를 ‘또’ 써오라고 했다면, 앞에 낸 보고서와는 별도로 다른 보고서를 쓰라는 뜻이 된다.

시장기 같은 반복적인 감각의 경우에는 부족했던 점을 채우거나 확인하거나 시정할 일이 없기 때문에 ‘또’ 배가 고프다고 하지 ‘다시’ 배가 고프다고는 하지 않는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처럼 단지 행위의 반복 자체를 강조하거나 “또 꼴찌냐?”처럼 똑같은 결과가 빚어진 데 초점을 맞출 때는 단연 ‘또’가 어울린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내일이면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거야”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겼다. 이때 내일의 태양을 두고 ‘다시’ 떠오른다고도 ‘또’ 떠오른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다시’ 떠오르는 태양은 내일의 희망을 암시하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지만, ‘또’ 떠오르는 태양은 일출이라는 자연현상의 반복만을 의미한다.

겨울이면 연례행사처럼 불조심 포스터를 그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약방의 감초 격이었는데, 꺼진 불을 ‘다시’ 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불조심을 위해서는 불을 썼던 자리를 찬찬히 확인하는 일이 필수다. 꺼진 불을 ‘또’ 본댔자 불조심이라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다. 그러니 예나 지금이나 꺼진 불은 꼭 ‘다시’ 볼 일이다.

[요약]

다시: 시간이 흐른 다음 반복된다는 것이 중요|보충이나 개선, 확인을 위한 반복|주체에 초점

또: 행위나 사건의 반복 자체가 중요|단순한 반복|행위에 초점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답] 또, 다시, 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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