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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4월 7일 한국어 연습장

등록 2006-04-06 17:36수정 2006-04-07 14:08

한국어 연습장 (24)
사소한 일까지 결심할 필요는 없다│결심하다 : 마음먹다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어울리는 말을 고르시오.

오랜만의 술자리라 한껏 마셔보기로 (결심했다/마음먹었다).

적적해하시는 할머니를 찾아뵙기로 (결심하고/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결심한/결정한/마음먹은) 사이다.

[풀이]

어떤 일에 대해 뜻이나 태도를 정할 때 쓰는 말로 ‘결심하다’와 ‘마음먹다’라는 한자어-토박이말 쌍이 있다. ‘먹는’ 일이 아주 친숙한 행위인 것처럼, ‘마음먹다’는 ‘-하기로 하다’로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일상적인 일을 결심한다는 어감이 있다. “모처럼 모든 것을 잊고 푹 쉬기로 마음먹고 여행을 떠났다”에서 보듯이, ‘마음먹다’는 오랜 생각이나 노력, 시간을 요하는 일보다는 기분에 따라 가볍게 생각해서 금방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일에 어울린다.

소소한 일상적 행위를 하거나 기분에 따라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 정도라면 ‘마음먹다’가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날씨도 풀리고 해서 소풍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금발로 염색이나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같은 경우에 ‘결심하다’를 쓰면 주위의 웃음을 살 것이다. ‘결심할’ 만한 일은 비교적 특별한 데 비해 ‘마음먹는’ 대상이 되는 일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다. 그래서 ‘즉석에서’ ‘한번’ ‘대충’처럼 순간적이거나 충동적이고 철저하지 못한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표현과 ‘결심하다’를 같이 쓰면 잘 어울리지 않는다. 즉 ‘결심하다’에는 결연함, 단호함, 뚜렷한 목표의식 등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결심하다’와 ‘마음먹다’는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으나, 다만 ‘결심하다’에는 ‘마음먹다’에 비해 한층 단호한 의지가 덧붙어 있다. 따라서 ‘결심하다’는 ‘단단히/굳게 마음먹다’ 정도가 된다. “야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담배를 끊기로 마음먹었다” 같은 표현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이때 ‘마음먹다’를 ‘결심하다’로 바꾸면 훨씬 비장하고 결연한 느낌이 살아난다.

‘결심하다’와 ‘마음먹다’가 개인적인 마음가짐, 주관적인 심리나 사적인 행위와 관련이 있는 반면, ‘결정하다’는 사적이거나 심정적이기보다는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이고 공식적인 사안과 어울린다. “두 사람은 올봄에 결혼하기로 결정했다”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상호 약속에 해당하는 행위는 ‘마음먹다’나 ‘결심하다’라는 서술어를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결정하다’가 어울리는 자리에 ‘마음먹다’나 ‘결심하다’를 쓰면 어색한 경우가 많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번역문장을 읽다보면 영어의 ‘decide’를 기계적으로 ‘결심하다’로 옮겨놓은 경우를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굳이 ‘결심’까지 하지 않아도 될 사소한 일에 ‘결심하다’를 쓰기보다는 문맥에 따라 ‘마음먹다’ ‘-하기로 하다’로 옮기면 훨씬 자연스러운 표현을 얻을 수 있다.

[요약]

결심하다: 시간이나 노력이 드는 힘든 일을 대상으로 함|단호한 태도가 따를 때|목적어를 취할 수 있음

마음먹다: 일상적이고 친숙한 일을 대상으로 함|가볍게 시도할 때|목적어를 취하지 않음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답] 마음먹었다, 마음먹고, 결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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