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리더스북이 지난 6월 말 펴낸 <시골 의사의 부자 경제학>은 출간 다섯 달이 채 안 돼 20만부가 넘게 팔렸다. 이른바 ‘경제경어서’ 시장 판이 워낙 크다보니 20만부 팔린 걸 ‘대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판매량보다는 지은이에게 있다.
지은이 박경철씨는 같은 출판사에서 지난해 나온 <시골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먼저 출판 시장에 얼굴을 알렸다. 지은이는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현직 외과의사다. 그는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인터넷 블로그에 연재했는데, 그게 이 책으로 묶였다. 소소하지만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는 의대를 나와 40살까지 서울과 대전의 종합병원에서 외과전문의로 활동했다고 한다. 어릴 적 친구들에게 한 약속대로 불혹에 대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 사람들에게로 갔다.
여기까지는 인간미 넘치는 부분인데, 그의 또다른 모습은 ‘주식 투자의 귀재’ ‘증권시장의 탁월한 분석가’다. 10년 남짓 주식투자에 관한 글을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쓰면서 ‘증권사 직원들에게 주식을 가르치는 외과의사’로 알려졌다. 1995년에 벌써 외환위기를 예견했던 그는 1999년 12월 주식시장 폭락을 예측했고 이듬해 그 예측대로 시장이 꺼지자 주식동네의 큰 화제가 됐다. 아는 사람들은 그의 투자 길잡이 책이 어서 나오기를 바라고 있던 차였다. 올해 초 그의 개인 블로그는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었다. 매일 수천명이 그의 글을 열심히 읽는 것이다.
애초에 리더스북이 그에게 기대한 건 ‘투자의 귀재’ 측면이었다. 그런데 박경철씨는 대뜸 투자자가 아니라 시골의사로서 겪은 경험을 먼저 책으로 내야 투자 길잡이 책도 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출판사는 큰 물건을 잡으려면 작은 위험은 감수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그의 책을 먼저 냈다. 그런데 예상 밖이었다. 지난해 봄과 가을 두 권으로 나온 <시골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각각 5만부 남짓 나갔다. 투자 상담사와는 상관없이 에세이 작가로서 먼저 우뚝 선 것이다.
이어 펴낸 것이 <시골 의사의 부자 경제학>이다. 이 책은 지은이의 유명세를 타고 빠르게 팔렸다. 책을 편집한 리더스북의 서금선 차장은 “처음엔 30대 남성이 주요 독자층이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층이 넓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서 차장은 “투자 관련서들이 통상 몇 억 버는 법 같은 직설적 어법으로 이야기하는데 그런 책에 질린 독자들이 이 책을 신선하게 읽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책은 부자의 기준이 무엇인지, 누가 부자인지에서부터 시작한다. “부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부자란 자신의 부를 지키고 이전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 부를 더 늘려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건희씨나 정몽구씨는 부자가 아니지만 지리산에서 토굴을 파고 들어앉아 면벽수도하는 스님은 부자일 수 있다.” 이어 지은이는 부자가 되는 법, 다시 말해 스스로 여유롭다고 느낄 만한 삶에 필요한 부를 얻는 방법을 따져 본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책에서는 말하길 꺼리는 부자 되기 열풍의 허점도 이야기해준다. “요즘처럼 흥청거리는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해외투자로 몰려다닌다면 축제가 끝난 뒤 당신은 흥분이 가라앉은 뒤의 쓸쓸한 상실감만 맛보게 될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재테크는 부자가 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부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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