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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간지나는’ 스타일 고수들의 멋내기 비법

등록 2006-09-07 18:58수정 2006-09-08 15:01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스타일 북

이 정도면 거의 돌풍이다. 8월1일 나온 새 책 <스타일 북>(서은영·장윤주 지음, 시공사 펴냄)이 한달여만에 12쇄를 찍으며 판매부수 5만부를 넘겼다. 출판사의 애초 기대는 2만부 정도. 그런데 1주일에 1만부 넘게 팔리면서 매주 순위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 최근 나온 책 가운데는 가장 두드러지는 히트작이다.

<스타일 북>은 부제가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옷을 가장 많이 입혀본 여자 서은영과 옷을 가장 많이 입어본 여자 장윤주의 스타일리시한 이야기’. 서은영씨는 유명 패션잡지의 패션담당 편집자를 지낸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이고, 장윤주씨는 일급 패션모델로 유명하며 요즘에는 전방위적인 엔터테이너로도 활동중이다. 요즘 젊은 층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이 젊은 이들이 가장 관심갖는 것을 이야기한다.

여성들에게 가장 고민스러운 것 가운데 하나가 옷입기다. 그래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열고 “난 왜 입을 옷이 없을까” 한탄하기 마련인 보통 여성들에게 ‘옷으로 먹고 사는 두 사람이 들려주는 스타일 이야기’가 솔깃할 법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옷입기’가 아니라 제목처럼 ‘스타일’을 내세운다. 스타일이란 것을 옷입는 것만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나와 어울리는’ 또는 ‘나를 설명해주는 모든 것’이 바로 스타일이라고 강조한다. “간지(난다)”(‘폼난다, ‘스타일이 난다’는 뜻의 속어)란 말이 삶의 화두가 된 요즘 신세대들의 관심대상을 잘 포착한 것이다.

실제 이 책은 출판사쪽에서 먼저 책의 컨셉트를 세우고, 거기에 맞는 작가를 찾아 성공시킨 기획작품이다. 완벽하게 젊은 여성만을 겨냥한 이 책은 우선 국내에 스타일책이 의외로 없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스타일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먹혀드는 필자로 두 사람을 골라 배치했다. 기본 독자는 20대층을 타깃으로 해서 30대인 서씨는 20대 이상 계층까지, 20대인 장씨는 20대 아래인 10대 후반까지 독자층을 넓혀주는 효과를 내도록 했다.

책의 내용면에서도 ‘스타일책’이란 새로운 장르를 지향했다. 기존 패션 관련 책들은 ‘옷 잘입어 경쟁력 높이는 법’ 또는 ‘옷을 어떻게 입어라’는 식으로 정보만 다룬 책들이 대부분이다. 외국책들 역시 ‘비포 앤 애프터’식으로 단순하게 옷 입혀놓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것을 넘어서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이런 내용들은 따로 책으로 사지 않아도 패션잡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스타일 북>은 그런 책들과 방향을 달리해 스타일 고수인 지은이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왔는지 들려주는 것을 주제로 잡았다.

장윤주씨의 경우 자신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 영향일 끼친 남자친구들의 이야기 등 개인적인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놨는데, 이런 점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는 평을 들었다. 그리고 실제 여성들이 알고 싶어하지만 찾아보면 없는 자료들을 중간에 집어넣었다. 가령 여성 구두의 종류를 귀여운 일러스트로 보여주는 것 등인데, 의외로 이런 정보가 여성들의 눈길을 잡아 끄는 역할을 했다.


이런 기획의도가 맞아떨어져 독자들은 “스타일에 대해, 곧 옷과 자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게 만들어준다”고 평했고, 예상을 넘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스타일 북>은 상품으로서는 요즘 많이 나오는 20대 여성만을 겨냥한 실용서들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20대 여성용 책들이 노골적 처세서류, 성공 스토리류, 그리고 이런 특화된 생활 실용류로 세분화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책이다. 스타일에 대해 논한다고 하지만 신변잡기류를 뛰어넘어 무게감있는 혜안을 보여준다고까지 평하기는 어렵다. 남의 미니홈피를 엿보듯 스타일이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덜 진지하게 그러면서 필요한 것을 찍어서 알려주는’ 책을 요즘 독자들이 원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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