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영어일기 표현사전
무슨 책인지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제목 그대로 영어로 일기를 쓸 때 쓸만한 표현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책 내용과 형식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다양한 영어 표현들을 상황별로 최대한 풍성하게 보여준다. 제목 앞에 붙여놓은 꾸밈말도 그래서 ‘내가 쓰고 싶은 말이 다 있는~’이다.
지난해 7월 초 나온 이 책 <영어일기 표현사전>(넥서스 펴냄·2만1500원)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영어책 판매순위 상위를 지키며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 지금까지 1년 동안 판매부수는 7만부. 적다면 적지만 많다면 많은 수치다. 국내 최대서점인 교보문고 올해 상반기 판매 순위에서 토익·토플책을 뺀 외국어 분야 1위를 기록했고, 전체 순위에서는 41위에 올랐다. 그만큼 이런 책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들이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영어실력을 늘리려면 영어로 일기를 쓰라는 말을 영어 선생님에게 들어보지 않은 학생은 아마도 없을테니까.
그러나 학생들의 처지에선 귀가 닳도록 ‘영어 일기를 쓰라’고 들볶이지만, 실제 영어일기를 쓰게 될 경우에는 도움을 받기가 힘들다. 구체적인 표현을 영어로는 어떻게 쓰냐고 물어왔을 때 답을 해줄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지는 굳이 따져볼 필요조차 없는 노릇. 그래서 이 책은 아주 특화된 책 같지만 알고보면 그만큼 모든 학생들에게 통용되는 보편적인 책인 셈이다.
실제 이 책을 보면 평소 생활에서 자주 쓰게 되는 표현이지만 영어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궁금할 법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옷을 뒤집어 입었다’나 ‘나는 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 입는다’를 영어로 하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라든지 ‘입술이 텄다’는? ‘수업시간에 주의가 산만했다’는? 바로 이런 표현들의 모범 답안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지은이는 영어일기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일상적 표현들을 영어로 할 때 단순히 우리말 그대로 영어로 바꿔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콩글리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식 사고나 표현과는 다른 영어만의 유용한 표현을 익히는 것이 영어 공부의 요체라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필요 맞춘 기능에 충실한 것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은이는 영어 일기에 쓸 표현을 묻는 질문을 자주 받을 수밖에 없는 영어 선생님인 하명옥(논산여고 교사)씨. 학생들에게 영어일기를 써내라고 했다가 학생들이 써온 일기가 인터넷 한영 번역프로그램을 이용한 것들이 많았고, 그나마 엉터리 문장들이 많은 것에 놀라 영어일기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하씨는 학생들의 영어일기를 읽으면서 유용한 표현들을 가르쳐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2002년 가을부터 인터넷 사이트 ‘하명옥의 영어일기’(http://hamo66.hihome.com)를 열어 각종 표현자료와 예문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이후 하씨의 사이트는 영어일기에 관한한 가장 인기 좋은 사이트 자리를 지켜왔다. 책은 바로 이 사이트에 올린 많은 표현 자료들을 추려 펴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영어일기표현사전>의 성공은 차별화한 자료가 축적된, 그리고 인기가 검증된 인터넷 홈페이지나 블로그는 분명 출판컨텐츠로서도 독자들에게 확실한 효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로도 꼽힌다.
이 책은 영어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까지 독자로 끌어당겨 단순히 학생용 참고서 이상의 자리를 굳혔다. 또한 인기에 힘입어 파생상품으로 초등학생용 <영어일기표현사전> 나왔고, 다른 출판사에서도 유명 영어강사의 이름을 단 다른 영어일기표현사전이 나오는 등 ‘영어일기책’이란 새로운 영어책 분야가 열린 것도 출판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점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이 책은 영어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까지 독자로 끌어당겨 단순히 학생용 참고서 이상의 자리를 굳혔다. 또한 인기에 힘입어 파생상품으로 초등학생용 <영어일기표현사전> 나왔고, 다른 출판사에서도 유명 영어강사의 이름을 단 다른 영어일기표현사전이 나오는 등 ‘영어일기책’이란 새로운 영어책 분야가 열린 것도 출판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점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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