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구름빵
조용히 혁명이 일어났다. 어른 독자들은 잘 모르는 사이, 엄마들과 어린이들이 권좌의 주인공을 바꿔버렸다.
어린이책 시장에서도 유아용 그림책 시장은 좀처럼 신작이 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시장으로 꼽힌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검증된 책’ ‘입소문으로 권위를 획득한 책’만이 통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엄마들에게 좋은책이란 입소문이 날 때까지 최대한 버티며 살아남지 못하면 그냥 ‘끝’이다. 신간이 쏟아지고 있지만 베스트셀러는 스테디셀러의 철옹성이고, 신간은 좀처럼 그 아성을 뚫지 못한다.
올해 교보문고 상반기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자. 2위 <사과가 쿵>과 3위 <강아지똥>이 모두 1996년 선보여 10년을 넘긴 책들이다. 4위 <화가 나는 건 당연해>가 2003년, 5위 <아기토끼의 시끄러운 하루> 2001년, 6위 <달님 안녕> 1990년, 8위 <안돼요, 안돼! 좋아요, 좋아!> 2003년, 9위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2002년, 10위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2002년….
이처럼 적어도 몇 년씩 지난 스테디셀러들을 누르고 지난해 말 1위에 올라 ‘정권교체’를 실현한 책이 <구름빵>(백희나 글·그림, 김향수 빛그림, 한솔교육 펴냄)이다. 올 상반기 내내 1위 자리를 지키며 독주 중이다. 지금까지 10만부 가까이 팔렸고, 이제 신작티를 벗고 자신도 터줏대감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갈 태세다.
<구름빵>이 특히나 돋보이는 이유는 워낙 외국번역물이 판치는 그림책 시장에서 국내 창작물이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국내 작가의 그림책 1위는 권정생씨의 대표작인 <강아지똥>이 그동안 거의 지정석처럼 차지하고 있었는데, 신예작가의 데뷔작이 이 요지부동의 강자를 누르는 혁명에 성공했기에 인상적이다.
<구름빵>의 줄거리는 이렇다. 고양이 형제가 아침에 일어나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 한조각을 엄마에게 가져간다. 엄마는 구름에 우유와 물과 이스트를 넣어 빵으로 굽는데, 그 사이 시간에 쫓긴 아빠는 아침도 못먹고 허겁지겁 출근한다. 이윽고 구름처럼 둥둥 뜨는 구름빵이 나오고, 그 빵을 먹자 고양이 형제들도 하늘에 둥등 뜨게 된다. 아빠를 떠올린 아이들은 하늘을 날아서 출근길 아빠가 탄 만원버스로 날아가는데 버스는 출근길 정체에 걸려 꼼짝도 못하고 있다. 아빠도 아이들이 가져온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날아 출근해서 지각을 면한다.
이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이다. 등장인물을 그림으로 그린 뒤 다시 오려내고, 각 장면 현장을 촬영용 세트로 만들어 사진으로 찍었다. 그래서 책 표지에 지은이와 함께 빛그림 연출자의 이름이 적혀있다. 한 장면을 찍는데 하루가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고, 그림과 사진이 조합된 입체그림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이벤트를 꾸준히 이어가며 마케팅에 힘을 쏟은 것도 1위에 오르는데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역시 성공의 가장 기본은 ‘이야기’ 자체의 힘이다. ‘하늘을 난다’는 이 세상 모든 어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상상을 충족시켜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가르쳐준다. 여기에 스스로 노력해서 구름을 얻고 그 구름으로 하늘을 날게 되고, 그래서 어른을, 그것도 아빠를 도와주게 된다는 내용이 아이들을 매혹시켰다. 애니메이터 출신인 지은이 백희나(35)씨는 사실상 첫 출간된 책인 데뷔작 <구름빵>으로 ‘2005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도 뽑혔다. <구름빵>은 일본 대형 출판사인 쇼가쿠간에 수출되어 일본어판도 나왔는데, 일본에 수출한 다른 국내 그림책보다 2배 수준의 선인세를 받았다고 출판사 한솔교육쪽은 밝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이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이다. 등장인물을 그림으로 그린 뒤 다시 오려내고, 각 장면 현장을 촬영용 세트로 만들어 사진으로 찍었다. 그래서 책 표지에 지은이와 함께 빛그림 연출자의 이름이 적혀있다. 한 장면을 찍는데 하루가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고, 그림과 사진이 조합된 입체그림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이벤트를 꾸준히 이어가며 마케팅에 힘을 쏟은 것도 1위에 오르는데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역시 성공의 가장 기본은 ‘이야기’ 자체의 힘이다. ‘하늘을 난다’는 이 세상 모든 어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상상을 충족시켜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가르쳐준다. 여기에 스스로 노력해서 구름을 얻고 그 구름으로 하늘을 날게 되고, 그래서 어른을, 그것도 아빠를 도와주게 된다는 내용이 아이들을 매혹시켰다. 애니메이터 출신인 지은이 백희나(35)씨는 사실상 첫 출간된 책인 데뷔작 <구름빵>으로 ‘2005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도 뽑혔다. <구름빵>은 일본 대형 출판사인 쇼가쿠간에 수출되어 일본어판도 나왔는데, 일본에 수출한 다른 국내 그림책보다 2배 수준의 선인세를 받았다고 출판사 한솔교육쪽은 밝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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