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항상 책이 안팔린다고 아우성치는 출판계에서도 책이 잘 안팔리는 분야가 ‘예술’이다. 실용서들이나 말랑말랑한 책들에 밀리는 탓에 출간 종수도 적고, 그나마 나온 책들도 2000부를 넘기기가 힘든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 이 예술분야 베스트셀러를 보면, 사실 예술책을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나 이 계통 종사자들이 한숨 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교보문계 집계에서 올 상반기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인데, 새로운 이야기를 쓴 책이 아니라 깔끔한 교과서에 가깝다. 게다가 무려 2003년에 나온 책이다! 2위는 <이루마 피아노 연주곡집>. 다른 10위권 이내의 책들을 봐도 ‘사진 잘 찍는 법’류나 수필식 장르 감상기, 또는 특정분야 참고서들이 대부분이다. 진짜 새로 나온 책, 중복출판되는 인기 소재를 벗어나 새로운 내용을 담은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올 상반기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새롭게 등장한 진짜 ‘새 예술관련 책’이랄 수 있는 책은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와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두 권이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가 예술분야 최고의 인기장르인 미술 교양서란 점을 점을 감안한다면,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데이비드 베일즈 외 지음·루비박스 펴냄)가 상위에 오른 점은 주목할만 하다. 예술 창작과정에서 예술가들이 느끼게 되는 다양한 두려움에 대한 분석과 조언을 담은 이 책은 올 연초에 나와 지금까지 1만부 넘게 팔렸다. 출판사가 아무런 마케팅 이벤트나 광고도 하지 않았음에도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물론 ‘겨우’ 1만권만 팔려도 베스트 상위에 오를 수 있는 ‘예술책’의 현실도 그대로 보여준다.
<예술가여~>가 선전한 이유는 이 책이 ‘예술’과 ‘창작’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 같으면서도 누구에게나 필요한 조언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디자인이나, 사진 하나 없는 구성으로 볼 때 지레 인문예술분야의 책이려니 짐작하기 쉽지만, 이 책은 오히려 실용서다. 철저하게 창작에 종사하는 이들이 겪게 되는 마음고생거리들을 콕콕 집어 조언하는 실용서인데, 그게 일반인들이 읽어도 ‘바로 내 이야기’라고 할 법한 것들이 된다. 그래서 뜻밖에도 보통사람 모두를 위한 실용서로도 읽을 수 있다.
보고서를 쓴다고 가정해보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항목들 가운데 일단 무엇을 쓸 것인지 정하는 문제부터 거치게 된다.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하나를 정하는 동시에 나머지 수많은 것들은 배제할 수밖에 없다. 그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도 마찬가지. 보고서 제목을 어떻게 다느냐, 첫 문장은 어떻게 쓰느냐도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바로 이 보고서를 ‘작품’으로 바꾸면 그대로 예술가들이 하는 일이 된다. 실제 이 책이 작품 제작과정의 어려움으로 설명한 이 부분을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업무로 바꿔 적용해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들 수밖에 없는 심리적 두려움, 그리고 업무 처리의 어려움에 대해 <예술가여~>는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깔끔하고 자신감 넘치는 도움말을 준다. 그 도움말들은 대부분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던 해결책들이나 극복방법들이다.
그러면, 예술가들이 어떻게 평범한 우리가 밥먹고 사는 일하듯 작품을 만들겠냐고? 바로 이런 생각이 대중들이 예술가와 예술, 그리고 예술 작품만들기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임을 알려주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보고서를 퇴짜맞아 수없이 다시 고치고 새로 써서 훌륭한 기획안이 나오듯, 예술가들도 스스로 맘에 안드는 부분을 고치고 다시 작업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을 우리가 ‘예술책’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문체로 썼다면 당연히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지은이들의 말투와 중간중간 집어넣는 참신한 비유가 웃음짓게 만들고, 적절하게 인용하는 예술가들의 에피소드나 말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그러면, 예술가들이 어떻게 평범한 우리가 밥먹고 사는 일하듯 작품을 만들겠냐고? 바로 이런 생각이 대중들이 예술가와 예술, 그리고 예술 작품만들기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임을 알려주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보고서를 퇴짜맞아 수없이 다시 고치고 새로 써서 훌륭한 기획안이 나오듯, 예술가들도 스스로 맘에 안드는 부분을 고치고 다시 작업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을 우리가 ‘예술책’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문체로 썼다면 당연히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지은이들의 말투와 중간중간 집어넣는 참신한 비유가 웃음짓게 만들고, 적절하게 인용하는 예술가들의 에피소드나 말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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