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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내 뜻대로 ‘대화하는 기술’을 알려주마

등록 2006-10-19 20:23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콜드리딩

내가 원하는대로 남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이 있다면? 그런 방법이 있을리야 없지만 적어도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유도할 수만 있어도 세상만사 왠만한 것은 풀릴 법하다. 모든 것이 자신과 이해관계가 다른 남을 만나 설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해진 탓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야기를 이끄는 ‘대화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새 책 <콜드리딩>이 금세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것이 그 좋은 증거다.

<콜드리딩>은 일단 그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뜻모를 개념어 제목 밑에 붙인 부제가 설득방법에 목말라하는 생활인들의 눈길을 잡아챈다. ‘세계 1%에게만 전수되어온 설득의 기술’.

책 제목으로 쓴 ‘콜드리딩’은 ‘각본이나 대본 없이 펼치는 연기’를 일컫는 말로, 이 책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심리학적 기술’이란 의미로 쓰였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일종의 심리적 트릭으로, 생활속에서 간단한 말기술을 잘 활용하자는 이야기다. 지은이의 서문에는 이 기술이 세계 1%의 전유물이라고 언급하는데, 구체적으로 누가 그렇게 공유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고 그냥 넘어가버린다.

<콜드리딩>은 대화법 실용서이긴 하지만 엄밀히 분류하면 심리학과도 이어진다. 심리학 기반의 실용서의 계보에서 보면 ‘신경언어프로그래밍’의 약자인 ‘NPL’(Neuro-Linguistic Programing) 기법을 실용화한 책으로 볼 수 있다. 사람 무의식속에 자리잡은 일종의 프로그래밍을 개인 의지로 바꾸면 행동도 바뀌고 그래서 습관을 바꿔 행복해지자는 주장을 펴는 책들에 속한다.

내용의 핵심, 그러니까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기술의 고갱이는 ‘애매하게 말해 상대 반응이 시인이건 부인이건 상관없이 맞장구를 치게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법들을 그럴듯한 심리학적 설명이나 실제 상황에 응용할 수 있을 듯한 기술을 예로 보여주면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그 예로 드는 것 가운데 하나가 “~는 아니지요?”란 부정문 활용법이다. 상대의 고민거리를 맞히는데 성공하면 상대방은 자기 고민이나 정보를 늘어놓을 것이고, 맞히지 못해도 대화를 이어가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이란 접속사를 활용해 부탁을 거절하는 기술은 이렇게 소개한다. “오늘 회의에 대신 참석해줄 수 있겠나?”란 상사의 부탁에는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우선 이 일을 끝내고 난 다음이라야 가능할 것 같은데요.”라고 답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권한다. ‘하지만’이란 접속사가 그 앞에 나오는 문장의 위력을 약화시키고, 뒤에 이어지는 문장에 힘을 실어주는 속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심화해서 나아가면? “출세도 좋지만 제게는 취미생활도 소중합니다.”와 “취미 생활도 좋지만 저는 출세도 하고 싶습니다.”를 비교해보라고 권한다. 출세도 좋고 취미도 좋다는 평범한 두 가지 이야기가 하지만이란 접속사 앞과 뒤에 어느 것을 먼저 놓느냐에 따라 전달하는 메시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된다고 강조한다.


책이 권하는 이런 실전 기술은 대부분의 실용서들이 그렇듯 읽는 사람의 사정과 관점에 따라 대단한 귀띔일 수도,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 효과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 책 <콜드리딩>은 일단 이 책이 뭔가 그럴듯하게 보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나온 지 두 달 만에 5만부 가까이 팔렸다. 주 구매층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성. 세일즈맨을 포함한 비지니스 맨들이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으로 출판사는 분석했다. 그래서 초기 마케팅을 20-30대 남성 독자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홍보 및 이벤트를 실시했고, 실제로도 그 전략이 주효했다고 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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