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확신에 찬 ‘하나님 말씀’ 입소문 타고

등록 2006-09-28 19:47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긍정의 힘

설마, 그렇게나 많이? 읽은 사람은 물론 주위 사람에게 선물했다는 이들조차 <긍정의 힘-믿는대로 된다>(두란노)의 ‘힘’에 놀란다. ‘웃는 목사’라는 별명으로 이름난 미국 레이크우드 교회의 담임목사 조엘 오스틴이 쓴 <긍정의 힘>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이자 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의 장기 베스트셀러로 미국에서 200만부가 넘게 팔린 책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출간된 뒤 소리소문없이 베스트셀러를 거쳐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지난 25일까지 판매량은 80만6402권. 출간 뒤 하루 200~300권씩이던 판매부수는 그해 9월25일 6000권으로 정점을 찍었고 지금도 한 주에 7천권 이상 주문이 들어온다. 두란노쪽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내년 초쯤 밀리언셀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훈장도 많이 붙었다. 2005 예스24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교보 추천도서, 삼성경제연구소(SERI) 시이오(CEO) 추천도서 등.

‘파생 상품’의 판매량도 왠만한 베스트셀러 수준이다. 책이 제시하는 삶의 방식을 7주 과정으로 직접 해볼 수 있도록 만든 <긍정의 힘-실천편>은 지난 6월에 나온 뒤 25일 현재 5만6077권이 팔렸다. 두 책에 다른 책 한 권을 끼워 넣어 7월에 발매한 특별판은 1만 세트 이상 나갔고, 좋은 말을 뽑아 만든 ‘긍정의 힘 말씀카드’ 판매량도 2만3995부나 된다.

기독교 온라인 쇼핑몰 갓피플 순위를 보면 그 ‘힘’은 더욱 놀랍다. 베스트셀러 1위 <긍정의 힘>, 2위 <긍정의 힘> 실천편, 3위 <긍정의 힘> 원서 , 4위 <긍정의 힘> 특별판 세트, 5위 <긍정의 힘> 오디오 북. 석권이라는 말밖에 다른 말을 찾기 힘들다.

이 책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미국의 베스트셀러라는 후광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 이 책이 틱낫한 스님의 <화>나 법정 스님의 <무소유>처럼 성직자가 낸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주은선 번역서팀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삶에서 겪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종교적 실용서라는 말이다. 이 책에는 하나님이라는 말이 한 쪽에도 몇 번씩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은 조건없는 사랑이나 회개를 강조한 예수나 우주를 감싸안을 정도의 자비행을 말한 석나모니의 가르침처럼 무겁지 않다.


이 책은 ‘하나님은 자녀가 영적으로 육체적으로 또 물질적으로 번영할 때 크게 기뻐하신다’며 세상에서의 성공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눈밝은 독자는 ‘범사에 감사하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기뻐하라’ ‘받는 법이 아니라 주는 법을 배워라’ 등 행간에 깃든 예수의 근본 가르침도 부담없이 만나게 된다. 저자 자신이 목회과정에서 보고 듣고 겪은 사례는 재미있는 간증으로 책에 현실의 무게를 더해준다.

미국 정통보수교회의 성서관을 담고 있고 현실에서의 성공을 강조하고 있어, 이 책은 우리 나라 목회자들에게도 반가운 책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두란노는 목사들에게 책을 보내 이를 신자들에게 권하게 하는 마케팅 방법으로 초기 판매의 붐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책 이름도 한몫을 톡톡이 했다. 이런 종류의 책은 이름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이다. <화>나 <무소유>가 그렇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화가 나는 현대인들에게 화만큼 가깝지만 멀리하고 싶은 게 없다. 또 현대인들은 현실의 성공을 붙좇지만 늘 무소유의 삶을 그리워한다.

<긍정의 힘>도 비슷하다. 책 이름은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아침형 인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등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긍정, 힘, 성공, 습관, 아침, 칭찬, 등 책 이름에 든 단어는 모두가 좋아하는 익숙한 말들이다. 또 부제인 믿는대로 이뤄진다는 말은 기독교인들에게는 가장 기독교적인 말이지만 명상이나 수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우주를 움직이는 보편 법칙이고, 불교도에게는 일체유심조라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처세서와 비슷한 이 책의 이름이 개신교라는 한계를 뛰어넘도록 했을 것이라는 게 출판사쪽의 분석이다.

두란노는 젊은 목사의 믿음과 확신에 바탕한 <긍정의 힘>에 이어 인생을 돌아볼 나이의 목사가 쓴 책 <미래를 여는 힘-두드리면 열린다>로 또 다른 ‘대박’을 준비하고 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정년이’ 큰일 했다…여성국극 연일 매진, 신작 제작도 활발 1.

‘정년이’ 큰일 했다…여성국극 연일 매진, 신작 제작도 활발

‘정우성 득남’ 소식이 쏘아올린 작은 공 2.

‘정우성 득남’ 소식이 쏘아올린 작은 공

아름다움을 좇는 구도자, 세븐틴 디에잇의 ‘멋’을 질투하다 3.

아름다움을 좇는 구도자, 세븐틴 디에잇의 ‘멋’을 질투하다

친자 인정한 정우성…29일 청룡영화제 예정대로 참석 4.

친자 인정한 정우성…29일 청룡영화제 예정대로 참석

‘416살 보물’ 창덕궁 돈화문, 2027년 7월까지 닫힌다 5.

‘416살 보물’ 창덕궁 돈화문, 2027년 7월까지 닫힌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