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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게 ‘~요리백과’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신혼 부부들이 하나씩 사서보는 이 책들은 여전히 인기다. 그러면 이런 ‘요즘’ 요리백과들은 어떤 모습일까? 10여년전과 비교해보면 면모가 그야말로 일신했다. 눈 앞에 놓고 보는 것보다도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시원한 음식 사진에 아기자기한 예쁜 편집, 자세하고 꼼꼼한 조리법…. 패션 잡지처럼 고급스럽다.
그런데, 요리백과류의 이같은 기본 공식은 과연 너무나 당연한 것일까? 기본으로 돌아가서 요리책이 ‘요리할 때 보는 책’이란 점만을 염두에 두고 다시 생각해보자. 큼직하고 무거운 요리백과가 과연 주방에서 요리할 때 펼쳐놓고 보기에 적당한 것인지. 바쁘게 불조절해가며 이것저것 음식 만들 때 “~센티로 잘라라” “~그램을 넣어라”는 지시사항들이 저울이 없는 일반 가정집에서 그렇게 지킬만한 지침인지.
이런 요리백과의 일반 공식을 과감히 버린 요리책이 삼성출판사의 <웬만한 요리 다있다>다.
이 책은 우선 디자인과 생김새면에서 기존 신혼부부용 요리책들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무엇보다도 <웬만한~>은 요리책 편집에서 중요한 것은 멋드러진 요리 사진이 아니라 부엌에서 참고하면서 보기 좋은 쓰임새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폼나는 편집 대신 옆에 두고 보기에 쉽고 편하게 따라 할 수 있는 내용에 주안점을 뒀다. 박현선 삼성출판사 팀장은 “다양한 요리들을 망라하되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는 다른 요리책들과 달리 신혼 독자라도 알 수 있는 당연한 설명들은 과감하게 줄여없애는 등 조리법 설명을 압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종이. 요리책이라면 으레 쓰는 스노화이트지 대신 가벼운 이라이트지를 쓴 첫번째 요리책이다. 기존 용지를 썼다면 1300g일 무게를 거의 절반 수준인 700g 정도로 줄여 400쪽짜리 요리백과인데도 독자들이 한 손으로 가뿐하게 집어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뽑아냈다. 종이 성질 자체가 펼치기에 더 적합한 것도 선택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모든 다른 성공한 책들처럼 이 책도 표지 차별화에 성공했다. <웬만한~>은 ‘요리 사진이 표지에 없는’ 요리책이다. 차분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지를 꾸몄는데, 오히려 한결같이 요리 사진을 표지로 내세운 다른 요리책들 사이에서 두드러져보이는 효과를 냈다. 여기에 본문 곳곳에도 사진 못잖게 많은 일러스트레이션을 넣은 것도 독특한 편집 컨셉트다.
요리 사진을 풍부하게 쓰지만 멋져 보이기 위해 음식 사진 연출에 과다하게 투자하지 않은 것도 독특한 점이다. 기존 요리책들은 요리 사진에 승부를 걸어 제작비가 올라가고 이는 곧 독자들에겐 가격 부담으로 이어졌다. <웬만한~>은 용지에 이어 사진에서 제작비를 낮춘 덕분에 400쪽 분량 요리책들의 일반적 가격 절반 수준인 9800원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고, 이는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요리책은 실용서 가운데에서 가장 고전적인 장르다. 언제나 꾸준하게 책을 찾는 독자가 있고, 새로운 요리책이 그시대 인기 요리 조리법을 담아 새롭게 나온다. 반면 그 형식은 큰 차이가 없이 대동소이하게 앞선 책을 답습하는 것들이 많아 비슷비슷했다.
<웬만한~>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서 성공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연초 나와 지금까지 11만부 넘게 팔렸다. 실용서가 좀체로 들기 힘든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00위 안에 진입해 한때 60위권까지 올랐고, 지금도 매달 4000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이 책의 성공에 힘입어 자매품 <웬만한 밥반찬 다있다>와 <웬만한 국찌개 다있다>가 나왔고, ‘웬만한~’이란 제목은 삼성출판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달 속편격으로 나온 <웬만한 밥반찬 다있다>는 한달 만에 7000부가 팔렸다고 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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