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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행복찾는 언니들의 ‘눈칫밥’ 해결

등록 2006-11-02 20:31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행복한 이기주의자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행복만 찾는다면 이기주의자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21세기북스에서 낸 <행복한 이기주의자>는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불안을 정면으로 찌르고 들어간 책이다.

이른바 ‘자기계발서’는 미국 시장과 국내 시장이 짧은 시차를 두고 연동하는 분야다.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거의 즉각 한국에서도 번역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그런 점에서 보면 <행복한 이기주의자>는 예외에 속한다. 미국에서 출간된 지 20년이나 된 이 분야의 고전이기 때문이다. 20년이면 자기계발서 분야에선 거의 선사시대에 속한다고 할 터인데, 2000년대 한국에서 싱싱한 현재형으로 통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이 책은 전 세계에서 1500만부 가까이 팔렸다고 한다. 국내에서 지난 4월 말에 출간돼 15만부 넘게 독자 손에 들어갔다. 초대형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독자의 마음을 잔잔히 그리고 단단히 사로잡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의 호소력을 제쳐 놓으면 이 책은 우선 디자인이 눈에 띈다. 형광빛이 도는 짙은 분홍으로 표지를 덮은 것은 이전의 자기계발서에서는 흔치 않은 시도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서평을 올린 한 독자(아이디 do8633)는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훌륭한 편집 디자인”이라고 평가했다.

캘리그래퍼 강병인씨가 손으로 쓴 제목 글씨도 독자의 시선을 자극한다. 강병인씨는 전통술 ‘산사춘’의 글씨를 쓴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21세기북스에서 그의 글씨를 채택한 것이 선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도 시원시원한 필선이 이 책이 전하려는 행복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 듯하다. 이 책의 출간 이후로 여러 종의 책에서 강병인씨의 글씨가 제목으로 등장했다. 디자인의 흐름을 주도한 책이 된 것이다.

책의 내용은 사회생활에서 좌우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젊은 세대의 고민을 풀어준다. 특히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놓여 자신의 소망이나 욕망을 차압당하기 쉬운 젊은 여성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한다. 책을 기획한 21세기북스 류혜정씨는 “독자의 70% 정도가 여성이고, 그 중에서도 20~30대 여성이 주요 독자층을 이룬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행복을 찾아 누리고 싶은데, 그렇게 살면 욕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덜어주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 웨인 다이어는 심리학자로서 임상심리를 통해 터득한 ‘행복 비법’을 독자에게 털어놓는다. 그가 강조하는 요점은 ‘합리적 개인주의자’인데, 그것은 ‘저밖에 모르는 에고이스트’와는 다른 사람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기답게 삶으로써 자신의 행복도 얻고 주위에 그 행복을 나누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행복 쟁취 전략은 이렇다. 1.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라. 2. 자신에게 붙어 있는 꼬리표를 떼라. 3. 자책도 걱정도 하지 말라. 4. 미지의 세계를 즐겨라. 5. 의무에 끌려다니지 말라. 6.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라. 7. 화에 휩쓸리지 말라.

지은이의 조언 가운데 특히 이채로운 것이 ‘정의의 덫을 피하라’이다. 지은이는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한다. 정의가 중요하지 않다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받은 부당함이나 불공평에 대한 분노로 괴로워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다잡음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다.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전형적인 태도를 지은이는 이렇게 요약한다.

“나의 가치는 다른 사람에 의해 검증될 수 없다. 내가 소중한 이유는 내가 그렇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의 가치를 구하려 든다면 그건 다른 사람의 가치가 될 뿐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해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너무도 열심히 살아가는 나머지 주위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아차릴 여유가 없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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