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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또 봐도 끌리는 ‘향수’…소장 욕구 자극

등록 2006-11-30 22:25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 / 향수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가 한국 땅에서 향기를 퍼뜨리기 시작한 것은 1991년 12월이다. 향기는 천천히 천천히 퍼졌고, 오래도록 스며들었다. 그러다가 향기에 맹렬히 취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등장한 것이 1996년이었다. 지은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다른 소설 <좀머씨 이야기>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그 날갯짓에 <향수>의 향기도 덩달아 실려나간 것이다. <향수>는 96년 하반기 내내 ‘좀머씨’와 함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서 맴돌았다.

그러고 나서 10년, <향수>는 다시 한번 대중을 그 기묘한 향기로 중독시켰다. 이번에 <향수>에 부채질을 한 것은 영화였다. 독일에서 출간 20년 만에 영화로 만들어지자 그 소식이 한국으로 날아들었고, 10년 동안 스테디셀러로 은은히 잠행하던 <향수>는 다시 진한 향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지난 8월부터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한 이 책은 고공 비행을 넉달 동안 계속하고 있다. 1986년 출간 이래 전 세계에서 1500만부라는 놀라운 판매기록을 낸 <향수>는 영화에서도 막강한 동원력을 과시해 독일어권에서 9월 개봉 이후 500만 관객을 불러들였다고 한다. <향수>를 펴낸 출판사 열린책들의 정은미 팀장은 이 책의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까지 50여만부에 이르렀으며, 올해 들어서 20만부 가량이 더 팔렸다고 밝혔다. <향수>가 대중적 성공을 누린 것이야 우선은 영화라는 외적 자극 덕이겠지만,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진정한 이유는 기이하고도 독특한 이야기 자체에 있음이 분명하다. 냄새 없이 태어났지만, 냄새에 관해 천부의 감식력을 지닌 주인공 그루누이가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25명의 아름다운 여인들을 살해하고, 마침내 완성한 향수로 사람들을 도취와 광기로 몰아간다는 이야기는 엽기적이면서도 유혹적이고 도발적이다. 지극히 전통적인 소설 형식 안에 전혀 전통적이지 않은 내용을 섬뜩하면서도 매혹적으로 담아낸 것은 이 소설의 독창적인 성과라 할 만하다.

지은이 쥐스킨트도 자신의 소설만큼이나 기이한 행적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했을 법하다. 독일 뮌헨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뒤 신문사·잡지사 편집자 생활을 하다가 34살 때 희곡 <콘트라베이스>를 써 작가로 이름을 올린 것까지는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향수>의 성공과 함께 그는 소설 주인공 그르누이처럼 거의 완벽한 은둔자가 되어 세상으로부터 멀어졌다. 모든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고 인터뷰도 사진 찍기도 허락하지 않으며 오직 작품으로만 독자와 만나고 있는 것이다. 열린책들은 <향수> 첫 출간 이래 모두 3번 표지와 편집을 갈았다. 첫번째 판에서 쥐스킨트의 유일하게 공개된 사진을 실었던 출판사는 이후 판에서는 그 사진마저 지은이의 ‘공개 불가’ 원칙에 따라 뺐다. <향수> 영화화가 늦어진 것도 이 은둔자의 완강한 고집을 꺾기가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향수>의 네 번째 표지는 독일 현지의 영화 포스터의 일러스트를 그대로 옮겨온 경우다. 정은미 팀장은 “새 표지에 대한 호감도 크지만, 세 번째 표지에 대한 독자들의 ‘향수’도 적지 않은 것 같다”며 “지난 8월 네 번째 판을 내면서 사은행사로 세 번째 판의 축소본을 나눠주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독자 중에는 새 판이 나올 때마다 소장용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며 “‘다시 읽고 싶은 책’ ‘소장하고 싶은 책’으로 이 책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독자(아이디 눈의꽃)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올린 글이 꼭 그런 경우다. “양장본이 너무 갖고 싶어 다시금 샀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책은 언제나 다시 읽어도 대단한 상상력과 흡입력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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