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발견> 이쓰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지식여행 펴냄, 1만원
잠깐독서 /
일본 문단의 대가이자 불교 신도인 지은이가 가톨릭 주교인 모리 가즈히로를 찾아 기독교의 정신을 주제로 넓고도 깊은 논의를 펼친다. 이 책의 미덕은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겠다. 질문자인 이츠키가 품은 종교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의문의 보편성과 진지함이다. 그가 알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연민 깊은 인물이 신의 아들로서 인간으로부터 분리되는 비약의 순간, 그 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예수는 사람이 죽으면 어디어디로 간다는 식의 비전은 보여주지 않았나요?” 종교에 몸을 의탁한 이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기를 열망하는 그 지점들을 두 사람은 잘도 찾아간다.
또 다른 미덕은 질문자와 답변자가 대담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그 관계와 관련되어 있다. 팽행한 긴장이나 배척, 이런 감정을 느끼기 힘들다. 서로를 존중하는 두 학생이 만나 각자의 지식으로 상대를 최대한 보완하고 배려하는 감정이 물씬 배어 있다. 호기심 가득한 문인의 박식은 인간의 모습을 앞세운 성직자의 넉넉한 품 안에서 행복하게 빛을 발한다.
“노동을 경시하는 사고는 ‘아담과 이브’가 아니라 그 뒤 그리스 철학에서 영향을 받았다.” “히브리 세계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 파악했던 ‘사랑’은 그리스어로 번역되면서 ‘자기 방기’의 성격이 강해졌다.” “‘회개하라’의 그리스어 원 의미는 ‘삶의 방식을 바꾸라’이며 회개를 뜻하는 히브리어 단어 ‘슈브’의 의미는 ‘신에게 얼굴을 향하다’이다.”
이츠키가 대담을 기획한 이유는 메이지시대 이후 일본의 슬로건인 ‘화혼양재’(和魂洋才) 즉 일본 정신은 지키면서 서양의 기술을 받아들이자는 구호가 사기가 아닌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양재의 깊은 부분에는 ‘기독교 문화’라고 하는 양혼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현 시기 일본을 ‘무혼양재’라고 표현했다. 샛길로 내달렸다는 것이다. 양혼은 빼버린 채 서양문화를 받아들인 일본의 본모습은 기독교 신자가 국민의 1%를 약간 넘는 정도라거나 저자처럼 성서에 깊은 감동을 느끼면서도 기독교 신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현실과 들어 맞는다. 두 사람은 책 말미에 일본에서 ‘양혼’이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로 메이지 시대 일본 선교에 나선 프랑스 선교사들의 기독교 이해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무거웠던 점을 꼽았다. 이런 이유로 토착화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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