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여성들은 정말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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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여성들은 정말 대단해〉
김용만 지음/계림출판사·9500원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호주제 폐지 등 나름대로 여성 인권과 양성평등을 위한 정책을 펴 왔지만, 여성 권한 정도는 아직도 세계 64위인 상황이며, 비정규직 등 많은 여성은 여전히 빈곤과 차별 앞에 놓여 있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여성부로 개편한다 하니, 여성정책은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염려가 앞선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넷째딸을 낳았을 때에, 고작 중학교 일 학년인 나를 부둥켜안고, “또 딸이니 어떡하니…” 하며 통곡한 기억이 떠오른다. 〈삼국시대 여성들은 정말 대단해〉를 읽으면서 그러했다. 이 책은 삼국시대 여성들의 적극적인 경제능력과 활동을 들려준다. 고려시대 이전의 여성들은 재산소유는 물론이고 재산상속을 할 수 있었다. 길쌈을 통해 시장경제 활동을 하며, 세금을 냈다. 남성들처럼 군사훈련은 받지 않았지만, 일정기간 성, 무덤, 궁궐, 도로 등을 만드는 일에 나아가 노동력을 제공했다. 이처럼 노동을 하고 세금을 내고, 시장활동에 참여하게 되니 사회적 위치도 남성에 비해 심하게 차별받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남녀의 만남과 결혼, 재혼도 자유로웠다. 게다가 부부유별이나, 장유유서 같은 조선시대의 덕목인 유교사상에 지배받지 않다 보니, 고구려의 유화부인과 소서노, 부여의 태후, 신라의 선덕여왕과 진성여왕처럼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지도자 몫을 감당하기도 했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무장을 하고 전쟁터로 나간 경우도 종종 있는데, 여러 곳의 무덤 발굴에서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완전한 남녀평등 사회는 삼국시대에도 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여성을 제사의 제물로 바치는 관습도 행해졌다. 이제 우리 엄마처럼 또 딸을 낳았다 하여 곡하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부 존폐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서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답답하다는 듯, 삼국시대 선배 여성들께서 얘기 좀 하자고 책 속에서 걸어나오시는 듯하다. 노경실/작가 ksksnh@naver.com
김용만 지음/계림출판사·9500원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호주제 폐지 등 나름대로 여성 인권과 양성평등을 위한 정책을 펴 왔지만, 여성 권한 정도는 아직도 세계 64위인 상황이며, 비정규직 등 많은 여성은 여전히 빈곤과 차별 앞에 놓여 있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여성부로 개편한다 하니, 여성정책은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염려가 앞선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넷째딸을 낳았을 때에, 고작 중학교 일 학년인 나를 부둥켜안고, “또 딸이니 어떡하니…” 하며 통곡한 기억이 떠오른다. 〈삼국시대 여성들은 정말 대단해〉를 읽으면서 그러했다. 이 책은 삼국시대 여성들의 적극적인 경제능력과 활동을 들려준다. 고려시대 이전의 여성들은 재산소유는 물론이고 재산상속을 할 수 있었다. 길쌈을 통해 시장경제 활동을 하며, 세금을 냈다. 남성들처럼 군사훈련은 받지 않았지만, 일정기간 성, 무덤, 궁궐, 도로 등을 만드는 일에 나아가 노동력을 제공했다. 이처럼 노동을 하고 세금을 내고, 시장활동에 참여하게 되니 사회적 위치도 남성에 비해 심하게 차별받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남녀의 만남과 결혼, 재혼도 자유로웠다. 게다가 부부유별이나, 장유유서 같은 조선시대의 덕목인 유교사상에 지배받지 않다 보니, 고구려의 유화부인과 소서노, 부여의 태후, 신라의 선덕여왕과 진성여왕처럼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지도자 몫을 감당하기도 했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무장을 하고 전쟁터로 나간 경우도 종종 있는데, 여러 곳의 무덤 발굴에서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완전한 남녀평등 사회는 삼국시대에도 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여성을 제사의 제물로 바치는 관습도 행해졌다. 이제 우리 엄마처럼 또 딸을 낳았다 하여 곡하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부 존폐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서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답답하다는 듯, 삼국시대 선배 여성들께서 얘기 좀 하자고 책 속에서 걸어나오시는 듯하다. 노경실/작가 ksksn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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