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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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강정규 글·윤문영 그림/계수나무·9500원 한국전쟁 당시 피란 시절, 순박한 한 소년의 첫사랑 이야기다. 이 글의 강점은 서정성과 문학성이 짙은 문장에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마치 한 점의 수채화처럼 마음에 스미고, 첼로의 저음처럼 가슴을 울린다. 소년은 황해도 옹진에서 피란 온 소녀에게 은근히 마음이 끌린다. 이다음에 커서 장가를 들고 싶은 예쁜 소녀다. 소년은 맵찬 겨울에도 얇은 무명 치마저고리만 입은 소녀가 안쓰러워 날마다 쇠똥불에 구운 돌멩이를 건넨다. 소년이 구운 돌멩이를 불쑥 내밀면 소녀는 말없이 받고, 둘은 나란히 학교로 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무언가 자꾸 주고 싶어진다. 소녀 역시 팽이를 깎아 수줍게 소년에게 건네며 둘은 은근히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다. 날마다 소년이 건넨 돌로 추위를 녹이던 소녀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남의 집으로 보내지게 된다. 소년은 아픈 마음에 소녀를 찾았다가 그동안 자신이 구워 준 돌들이 담겨 있는 바구니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눈 내리는 들판을 내달린다. 동화 〈돌〉 속에는 설렘과 은근함,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 잔잔히 녹아 있다. 훈훈한 온돌방처럼 쉽게 더워지지 않고 쉽게 식지 않는, 따스한 온기가 오래도록 남는 사랑 이야기다. 그런 사랑은 뜨겁게 만났다 쿨하게 헤어지는 요즘 젊은이들에겐 답답하고, 바보 같은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의 표현 방식만 다를 뿐, 요즘 젊은이들도 분명 사랑하면서 아파하고 가슴앓이를 한다. 그래서 작품 속 주인공 소년의 순박한 마음과 수줍음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또한 진정한 사랑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읽고 나면 글 작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그림 작가가 창조해낸, 볼이 발그레한 소녀의 모습도 우리 가슴에 오래도록 여운처럼 남을 것이다. 원유순/동화작가 darium@hanmail.net
강정규 글·윤문영 그림/계수나무·9500원 한국전쟁 당시 피란 시절, 순박한 한 소년의 첫사랑 이야기다. 이 글의 강점은 서정성과 문학성이 짙은 문장에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마치 한 점의 수채화처럼 마음에 스미고, 첼로의 저음처럼 가슴을 울린다. 소년은 황해도 옹진에서 피란 온 소녀에게 은근히 마음이 끌린다. 이다음에 커서 장가를 들고 싶은 예쁜 소녀다. 소년은 맵찬 겨울에도 얇은 무명 치마저고리만 입은 소녀가 안쓰러워 날마다 쇠똥불에 구운 돌멩이를 건넨다. 소년이 구운 돌멩이를 불쑥 내밀면 소녀는 말없이 받고, 둘은 나란히 학교로 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무언가 자꾸 주고 싶어진다. 소녀 역시 팽이를 깎아 수줍게 소년에게 건네며 둘은 은근히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다. 날마다 소년이 건넨 돌로 추위를 녹이던 소녀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남의 집으로 보내지게 된다. 소년은 아픈 마음에 소녀를 찾았다가 그동안 자신이 구워 준 돌들이 담겨 있는 바구니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눈 내리는 들판을 내달린다. 동화 〈돌〉 속에는 설렘과 은근함,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 잔잔히 녹아 있다. 훈훈한 온돌방처럼 쉽게 더워지지 않고 쉽게 식지 않는, 따스한 온기가 오래도록 남는 사랑 이야기다. 그런 사랑은 뜨겁게 만났다 쿨하게 헤어지는 요즘 젊은이들에겐 답답하고, 바보 같은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의 표현 방식만 다를 뿐, 요즘 젊은이들도 분명 사랑하면서 아파하고 가슴앓이를 한다. 그래서 작품 속 주인공 소년의 순박한 마음과 수줍음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또한 진정한 사랑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읽고 나면 글 작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그림 작가가 창조해낸, 볼이 발그레한 소녀의 모습도 우리 가슴에 오래도록 여운처럼 남을 것이다. 원유순/동화작가 dar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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