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도 함께 살아요〉
읽어보아요 /
〈엄마 우리도 함께 살아요〉
김혜리 글·김명진 그림/아이앤북·8000원 며칠 전, 쿠바의 음악가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그네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순전히 바라보는 자의 게걸스러움일까? ‘쿠바만이라도 중국처럼 자본주의가 홍수지지 않았으면 …’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그것은 다시 읽은 어린이 책의 여운 탓이리라.) ‘외벌이’로는 도저히 살기 힘들어서, 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맞벌이’를 해야 한다는 요즘 가정의 풍경. 가지가지 이유와 사연으로 부모와 떨어져 사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통계를 보면 맞벌이의 목적 중 ‘풍족한 생활’이 거의 50%를 차지하며, 그 뒤를 자아성취와 생계 유지, 주택과 차량 마련 등이 잇는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금보다’ 나은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서는 ‘지금’ 고통과 인내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엄마 우리도 함께 살아요〉의 민재네 가족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주인공인 민재는 네 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외할아버지 집에서 지낸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친구들이 늘 부러운 민재. 그래도 자기와 처지가 같은 친구 승환이가 있어 든든하다. 그러나 부모가 미국에 있는 승환이는 민재하고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물질적인 부족감은 전혀 모른다. 잘살기 위해 온 가족이 헤어져 사는데, 왜 민재는 늘 아쉬운 것투성이일까? 마음도, 주머니도 모두 허전하고 빈한하다. 가끔씩 외할아버지 집에 오는 엄마는 몸이 안 좋고, 아빠는 피곤에 지쳐 잠만 잔다. 엄마와 아빠도 민재와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언제쯤이나 민재네는 함께 살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누가 해결할 수 있으며, 그 과정 속에서 오는 외로움과 그리움, 서러움은 누구와 함께 나누어야 하는가? 가족 사이에도 허용되는 듯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은 결국 ‘관계’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육체와 물질의 토대 위에 가슴과 마음이 오고간다, 또는 그 순서가 뒤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은 ‘살’을 부딪치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살 때에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 어린 가슴들은 더 말해서 뭐하랴! 노경실/작가 ksksnh@naver.com
김혜리 글·김명진 그림/아이앤북·8000원 며칠 전, 쿠바의 음악가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그네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순전히 바라보는 자의 게걸스러움일까? ‘쿠바만이라도 중국처럼 자본주의가 홍수지지 않았으면 …’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그것은 다시 읽은 어린이 책의 여운 탓이리라.) ‘외벌이’로는 도저히 살기 힘들어서, 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맞벌이’를 해야 한다는 요즘 가정의 풍경. 가지가지 이유와 사연으로 부모와 떨어져 사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통계를 보면 맞벌이의 목적 중 ‘풍족한 생활’이 거의 50%를 차지하며, 그 뒤를 자아성취와 생계 유지, 주택과 차량 마련 등이 잇는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금보다’ 나은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서는 ‘지금’ 고통과 인내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엄마 우리도 함께 살아요〉의 민재네 가족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주인공인 민재는 네 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외할아버지 집에서 지낸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친구들이 늘 부러운 민재. 그래도 자기와 처지가 같은 친구 승환이가 있어 든든하다. 그러나 부모가 미국에 있는 승환이는 민재하고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물질적인 부족감은 전혀 모른다. 잘살기 위해 온 가족이 헤어져 사는데, 왜 민재는 늘 아쉬운 것투성이일까? 마음도, 주머니도 모두 허전하고 빈한하다. 가끔씩 외할아버지 집에 오는 엄마는 몸이 안 좋고, 아빠는 피곤에 지쳐 잠만 잔다. 엄마와 아빠도 민재와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언제쯤이나 민재네는 함께 살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누가 해결할 수 있으며, 그 과정 속에서 오는 외로움과 그리움, 서러움은 누구와 함께 나누어야 하는가? 가족 사이에도 허용되는 듯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은 결국 ‘관계’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육체와 물질의 토대 위에 가슴과 마음이 오고간다, 또는 그 순서가 뒤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은 ‘살’을 부딪치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살 때에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 어린 가슴들은 더 말해서 뭐하랴! 노경실/작가 ksksnh@naver.com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