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꿍이 다 봤대요〉
읽어보아요 /
〈짝꿍이 다 봤대요〉
유미희 글·이광익 그림/사계절·7500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득 가슴 시리도록 인상적인 순간들이 다가올 때가 있다. 내겐 그중에서도 유독 한 장면이 기억에 또렷하다. 둘이서 손잡고 저녁 산책을 나갔던 늦가을의 어느 날, 아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게 물었다. “아빠, 별은 왜 하늘에서 안 떨어져?” 무어라 답을 찾으려 애쓰는데, 설명하기 힘든 애틋함이 일찌감치 밤하늘에 나온 별들과 함께 그득하게 밀려왔다. 아이가 던지는 이런 질문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단순하고 초보적이지만, 사물의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마당 한쪽에 묻어둔 씨앗 하나가 어느덧 싱싱하게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어 꽃을 피워내듯, 좋은 동시의 매력도 이런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수수한 낱말과 진솔한 표현에 세상을 바라보는 순진한 눈길과 때 묻지 않은 마음을 담아내니 말이다. 유미희의 동시집 <짝꿍이 다 봤대요>는 작가의 말마따나 “정성을 다해 지은 시농사”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 가운데 ‘집 한 채에’라는 시 한 편을 읽어본다. “작은 집/ 한 채뿐인데/ 많이도 산다.// 암탉과 병아리 일곱 마리, 까만 염소 세 마리, 누렁이, 돼지 두 마리, 대추나무 두 그루, 석류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 감나무, 참꽃마리, 양지꽃, 분꽃, 맨드라미, 채송화, 백일홍, 은방울꽃, 굼벵이, 두꺼비, 지킴이 뱀, 생쥐, 굴뚝새/ 다 모여 살아도// 시골 할아버지네 집엔/ 수십 년째/ 다투는 소리 한 번 없다.” 작은 시 한 편에 정말 많이도 살고 있다. 정겹고 소박하면서도 색채감과 소리가 환하다. 오래도록 관찰하고 살뜰하게 다듬은 듯 시어의 울림이 마음에 자연스레 와 닿는다. 저마다 존재 이유를 갖는 숱한 생명들, 우리 주변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작고 소소한 사물들이 이 동시집을 통해 보내는 은근한 손짓을 알아차리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유미희 글·이광익 그림/사계절·7500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득 가슴 시리도록 인상적인 순간들이 다가올 때가 있다. 내겐 그중에서도 유독 한 장면이 기억에 또렷하다. 둘이서 손잡고 저녁 산책을 나갔던 늦가을의 어느 날, 아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게 물었다. “아빠, 별은 왜 하늘에서 안 떨어져?” 무어라 답을 찾으려 애쓰는데, 설명하기 힘든 애틋함이 일찌감치 밤하늘에 나온 별들과 함께 그득하게 밀려왔다. 아이가 던지는 이런 질문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단순하고 초보적이지만, 사물의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마당 한쪽에 묻어둔 씨앗 하나가 어느덧 싱싱하게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어 꽃을 피워내듯, 좋은 동시의 매력도 이런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수수한 낱말과 진솔한 표현에 세상을 바라보는 순진한 눈길과 때 묻지 않은 마음을 담아내니 말이다. 유미희의 동시집 <짝꿍이 다 봤대요>는 작가의 말마따나 “정성을 다해 지은 시농사”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 가운데 ‘집 한 채에’라는 시 한 편을 읽어본다. “작은 집/ 한 채뿐인데/ 많이도 산다.// 암탉과 병아리 일곱 마리, 까만 염소 세 마리, 누렁이, 돼지 두 마리, 대추나무 두 그루, 석류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 감나무, 참꽃마리, 양지꽃, 분꽃, 맨드라미, 채송화, 백일홍, 은방울꽃, 굼벵이, 두꺼비, 지킴이 뱀, 생쥐, 굴뚝새/ 다 모여 살아도// 시골 할아버지네 집엔/ 수십 년째/ 다투는 소리 한 번 없다.” 작은 시 한 편에 정말 많이도 살고 있다. 정겹고 소박하면서도 색채감과 소리가 환하다. 오래도록 관찰하고 살뜰하게 다듬은 듯 시어의 울림이 마음에 자연스레 와 닿는다. 저마다 존재 이유를 갖는 숱한 생명들, 우리 주변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작고 소소한 사물들이 이 동시집을 통해 보내는 은근한 손짓을 알아차리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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