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을 하며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내년도 예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공공 분양주택 융자사업’ 예산(1조3955억원)을 정부안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공공 임대주택 예산이 5조원 넘게 삭감된 게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여름 반지하 참사의 대책으로 제시된 ‘다가구 매입임대’ 예산은 3조원 이상 삭감됐다.
23일 여야가 합의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공공 분양주택 융자사업 예산은 올해 대비 1조792억원 증액해 1조3955억원을 편성하는 정부안이 고스란히 유지됐다. 앞서 여야는 올해 대비 5조6천억원 이상 삭감하려던 공공 임대주택 예산 중 전세임대 융자사업에서 6600억원을 되살리는 데도 합의했다. 애초 정부는 올해 4조6500억원 편성돼 있던 전세임대 융자사업 예산 가운데 1조143억원 감액하기로 했다가 삭감 폭을 절반 이상 줄인 셈이지만, 공공 임대주택 전체 예산은 여전히 올해 대비 5조원가량 줄어든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공약인 공공 분양주택 융자사업 예산 증액분을 고스란히 지켰고, 민주당은 줄곧 예산 확충을 주장해왔던 전세임대 융자사업 예산 삭감 폭을 줄이면서, 여야 각각 이 부분을 성과로 내세우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사업 모두 주거 취약층의 실제 삶과는 관련이 없다며, 여야의 예산 합의 결과를 비판한다. 올해 대비 1조원 넘게 증액된 공공 분양주택 융자사업은 월 소득 약 450만원의 미혼 청년도 청약할 수 있는 데다 분양가가 저소득층이 부담하기에는 높은 편이라,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금수저’ 청년층에 유리한 구조다.
공공 임대주택 예산 가운데 그나마 삭감 폭이 줄어든 전세임대 융자사업 역시 취약 청년을 위한 주거 복지 사업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전세임대는 정부가 직접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임대주택을 활용하는 데다 지원 단가도 낮아,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한 주택이 공급된다는 문제가 있다. 공공 임대주택 사업 가운데 비정상 거처 해소에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다가구 매입임대’는 올해 대비 3조797억원 삭감되는 정부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예산 심의 막판까지 논의된 주택 관련 사업 모두 실제로는 취약계층이 아닌 중산층을 위한 제도라며 여야 모두를 비판한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 여름 폭우에 따른 반지하 참사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겠다는 약속을 수차례 했지만, 이번 여야 예산 합의에서 실제 비정상 거처 해소를 위한 예산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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