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지난 27일 서울의 한 시장 점포에서 생선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한국의 연간 소비자물가가 지난해에 견줘 5% 넘게 뛰며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물가상승률도 5%에 이르며 당분간 공공요금 중심의 물가 고공 행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2년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07.71(2020년=100)로 지난해보다 5.1%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국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 0.4%, 2020년 0.5%를 기록하고 지난해 2.5%로 확대됐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확대 등으로 물가 오름폭이 지난해의 갑절로 커졌다.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이 6.9% 오르며 전체 물가를 3.14%포인트 밀어올렸다. 석유류 가격은 22.2% 뛰며 1998년(33.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등 개인 서비스와 전기·수도·가스 요금도 각각 5.4%, 12.6% 상승하며 물가를 2%포인트 남짓 끌어올렸다. 특히 외식 물가가 7.7% 뜀박질하며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최대 오름폭을 보였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3.8% 오르며 지난해(8.7%)보다 상승률이 둔화했다.
수요 쪽 물가 상승 압력도 높았다. 계절 변화나 일시적인 수급 충격 등으로 가격이 들쭉날쭉한 품목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올해 4.1% 오르며 2008년(4.3%)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반영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3.6% 올랐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 144개 가격을 조사한 생활물가 지수는 전년 대비 6% 상승했다. 이 역시 1998년(11.1%) 이후 최고치다.
이달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5% 올랐다. 상승률은 지난달과 같다. 월별 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8개월 연속으로 5%대를 웃돌고 있다. 다만 오름폭은 7월 6.3%로 연중 최고치를 찍고 8월 5.7%, 9월 5.6%, 10월 5.7%, 11월과 12월 5%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12월 가공식품은 전년 대비 10.3% 올라 2009년 4월(11.1%)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을 보였다. 전기·수도·가스 요금도 23.2% 오르며 전체 물가를 0.77%포인트 상승 견인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달 가공식품과 석유류 등 공업제품의 오름세가 확대됐지만, 외식 중심의 개인 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둔화하며 지난달과 같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 물가는 내년 초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며 “유가 추이, 중국의 방역 조치 완화 및 코로나19 재확산 양상 등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공공요금 인상 등이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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