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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현장리포트] 판교 분양가 과다책정 논란의 실체

등록 2006-08-24 13:41수정 2006-08-24 14:30

경기도 성남 판교 2차 분양, 금호 어울림 58평형 거실의 특징에 관해 금호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성남=연합뉴스)
경기도 성남 판교 2차 분양, 금호 어울림 58평형 거실의 특징에 관해 금호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성남=연합뉴스)
38평형 6억1038만1천원, 44평형 8억1718만5천원, 56평형 10억2624만8천원, 61평형 11억1838만7천원, 70평형 12억5588만7천원.

오는 30일부터 분양하는 경기 성남 판교 중대형(전용 25.7평 초과) 아파트의 실제 분양가이다. 서민들로선 엄두가 나지 않을 돈이다. 웬만한 중산층도 입성이 쉽지 않은 금액이다.

요즘 판교 분양가를 두고 여기저기서 말이 많다. “분양값이 너무 비싸 판교 주변 집값도 덩달아 오를 것이다. 버블세븐 지역 집값을 거품이라고 해놓고 정부가 이를 인정했다. 집값이 이렇게 비싼데 서민은 어떻게 들어가느냐”는 비판이다.

그러나 판교 분양가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판교 중대형 분양가를 분당 시세의 70~80% 정도에 맞추어 값을 확 낮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분당 등 주변 집값이 안정되는 효과를 가져올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이 경우 판교 아파트는 그만큼 프리미엄(웃돈)만 높아질 뿐이다. 이는 오히려 주변 집값에 상승압력을 주게 된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지난 3월 공급한 판교 33평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1200만원이었다. 분당 시세보다 평당 500만원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시 분당의 집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당시 중소형 아파트는 ‘판교로또’라는 말처럼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로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 평균 8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약통장 1순위자의 20%가 청약에 참여했다. 분당 지역에선 ‘역시 판교·분당은 뜨는구나’라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집값은 이렇게 움직인다.

이번에 분양하는 판교 중대형아파트의 분양값을 낮추면 다시 한번 ‘로또판’이 벌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청약판에 몰려 경쟁률이 수백대 1 수준으로 치솟게 되면 분당 중대형도 덩달아 들썩거릴 수밖에 없다. 이 여파는 강남을 거쳐 목동으로, 또다시 버블세븐 전지역으로 번질 것이다. 이러면 이제 막 안정단계로 접어든 주택시장은 다시 회오리바람이 휘몰아 칠 것이다.

분양가 4억원인 판교 필하우스 33평형의 세금
분양가 4억원인 판교 필하우스 33평형의 세금

정부는 공영개발인 판교 중대형에서 주변 분당시세보다 10% 정도 낮은 수준으로 실제 분양가를 정해 투기적 가수요를 최대한 차단하는 선택을 했다. 판교 중대형 분양값 최대치를 분당의 90%로 잡은 것은 분당시세의 10%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서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할 때 분양값이 주변 시세보다 낮은 경우는 거의 없다. 시세와 비슷하거나 10~20% 정도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으로 보면, 누가 봐도 판교는 분당보다 집값이 높게 형성될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채권상한액이 다소 낮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판교 중대형 분양값이 너무 비싸 서민은 꿈도 못꾼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분당 시세의 70% 정도로 값을 확 낮춰도 어차피 서민은 들어가기 어려운 가격대이다. 지난 3월 분양 때도 서민은 입성이 쉽지 않았다.

허종식 부동산팀장
허종식 부동산팀장
판교 중대형은 채권입찰제를 적용해 차익이 개인이나 건설사에 돌아가지 않도록 했다. 판교 중대형의 순수 분양값은 평당 1300만원이며, 나머지 평당 500만원 정도는 채권매입 손실액이다. 정부는 채권으로 당첨자의 시세차익(판교 개발이익)을 흡수해 서민용 주택건설 재원인 국민주택기금(25.7평 이하에만 사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는 이미 지난해 판교 공영개발~중대형 채권입찰제 방식을 정할 때 결정된 사항이다.

정부를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다. 판교는 애초에 강남 대체 새도시로 계획됐다.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개발에 들어간 것이다. 이렇게 추진된 판교는 서민 주거안정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공영개발방식으로 바뀌었다. 애초보다 임대아파트가 늘어났고, 지난 3월에 중소형 아파트를 분양했다. 일부 투기 수요와 건설업자한테 돌아가는 이익을 채권으로 환수해 국민주택기금으로 쓰는 것이 문제가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한겨레>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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