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맨 왼쪽)와 부인 미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맨 오른쪽)와 부인 질이 4일 시카고에서 나란히 손을 잡고 나와 지지지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시카고/신화 연합
①신보수주의의 종언
월가발 금융위기로 ‘탐욕의 신자유주의’ 파산
국제사회 무시 ‘일방주의 외교’에 반발 확산
레이건이후 30년 ‘네오콘 철옹성’ 무너져내려
월가발 금융위기로 ‘탐욕의 신자유주의’ 파산
국제사회 무시 ‘일방주의 외교’에 반발 확산
레이건이후 30년 ‘네오콘 철옹성’ 무너져내려
버락 오바마의 승리에 왜 전세계가 감동하는가? 그가 가져온 변화엔 무엇이 담겨 있는가? 변화의 메시지를 품고 겹겹의 장벽을 돌파해낸 오바마가 미국과 세계 에 어떤 변화를 던져줄지 살핀다.
이제 미국의 역사는 오바마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됐다.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인종장벽’도, 지난 30년 미국 사회를 지배해온 신보수주의의 철옹성도, 버락 ‘후세인’ 오바마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232년 역사가 낳은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와 미국 유권자가 함께 ‘신진보주의 시대’를 열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과 세계를 통제한 것은 신보수주의의 패권이었다. 1980년 50개 주 중 44개 주를 석권한 로널드 레이건의 당선은 신보수주의 시대의 신호탄이었다. ‘클린턴 시대’라는 ‘완충지대’가 있었으나, 부유층을 위한 경제정책, 초강대국의 오만한 외교를 내세운 조지 부시가 연이어 두 번 당선됐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진보의 사망과 보수의 영원한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4일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부터 몇 시간씩 투표소 앞에 줄을 선 미국 유권자들은 ‘새로운 미래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원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머물고 있는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올 일년 내내 캘리포니아의 집 앞에, 차에 오바마 깃발이 휘날렸다. 자발적으로 오바마와 함께 변화를 일궈 내겠다는 열정이 넘쳤다”며 “중산층의 철저한 몰락, 미국의 추락에 대한 미국인들의 좌절이 아래로부터의 변화 욕구를 만들었고, 분명한 비전과 가치를 보여준 오바마라는 인물과 만나 현실을 바꿔 냈다”고 전했다.
신보수주의는 월가 금융위기에서 파산한 ‘신자유주의’ 경제와 쌍둥이였다. 1960년대 말부터 기독교 근본주의와 결합해 미국 사회를 장악한 보수주의 운동은 이 둘을 떠받치는 흔들리지 않는 뿌리였다.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불평등을 억제하는 정부의 모든 간섭을 날려버리고, 시간을 되돌려 뉴딜정책 이전으로 돌아가려 했다.”(폴 크루그먼) 신보수주의의 대표적 인물인 그로버 노퀴스트는 “미국을 사회주의자들 일색의 루스벨트 이전 시대, 즉 소득세, 상속세, 규제 등이 없던 시대로 되돌리고 싶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부시의 당선으로 보수주의 운동은 모든 권력을 손에 쥐었다. 대통령을 연이어 두 번 차지하고, 상·하원을 장악하고, 9·11의 공포를 이용해 유엔과 국제사회를 무시하고 ‘악의 축’ 국가들을 침공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다시는 진보의 시대가 오지 않을 듯 보였다.
그러나 신보수주의는 무능으로, 신자유주의는 탐욕으로 내파됐다.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의 국가부채는 10조달러에 육박한다. 빌 클린턴이 남긴 흑자재정 유산은 5천억달러 가까운 재정적자로 변했다. 부시 집권 8년 동안 500만명이 빈곤계층으로 전락했고,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인은 700만명 늘었다. 최고경영자(CEO) 평균 소득은 1970년대 일반 노동자들의 30배에서 현재는 30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부시 행정부는 선악 구도의 냉전 독트린을 21세기 사회에 적용해 세계를 위협했다. 약육강식의 도금주의 시대를 파탄낸 대공황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30년대 ‘진보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오바마도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상징한 월가 금융위기 이후 ‘신진보시대’로 향하는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루스벨트는 1936년 대선 전날 연설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평화를 위협하는 적, 즉 산업과 금융 분야의 독점, 투기, 분별없는 은행 관행, 계급간 대립, 전쟁으로 부당이득을 챙기는 이들과 투쟁해야 했다. 나는 그들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시카고에서 빈민운동을 했고 이라크전 반대에 나섰던 오바마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부자에게서 더 받고 가난한 이들에게 깎아주는 분배의 세금 정책을 분명히 했다. 4일 당선 연설에선 뉴딜정책을 예로 들며 역사의 진보를 이야기했다. “친구뿐 아니라 적들과도 만나서 대화를 하겠다”며 새로운 포용외교도 강조해 왔다. 세계는 이제 ‘덜 오만한 미국’에 대한 기대로 설레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4일 사설에서 “오바마는 미국의 희망이자 우리의 희망”이라고 했다. 아직 실감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오늘 역사가 새롭게 쓰여지는 순간을 목격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그러나 신보수주의는 무능으로, 신자유주의는 탐욕으로 내파됐다.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의 국가부채는 10조달러에 육박한다. 빌 클린턴이 남긴 흑자재정 유산은 5천억달러 가까운 재정적자로 변했다. 부시 집권 8년 동안 500만명이 빈곤계층으로 전락했고,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인은 700만명 늘었다. 최고경영자(CEO) 평균 소득은 1970년대 일반 노동자들의 30배에서 현재는 30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부시 행정부는 선악 구도의 냉전 독트린을 21세기 사회에 적용해 세계를 위협했다. 약육강식의 도금주의 시대를 파탄낸 대공황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30년대 ‘진보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오바마도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상징한 월가 금융위기 이후 ‘신진보시대’로 향하는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루스벨트는 1936년 대선 전날 연설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평화를 위협하는 적, 즉 산업과 금융 분야의 독점, 투기, 분별없는 은행 관행, 계급간 대립, 전쟁으로 부당이득을 챙기는 이들과 투쟁해야 했다. 나는 그들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시카고에서 빈민운동을 했고 이라크전 반대에 나섰던 오바마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부자에게서 더 받고 가난한 이들에게 깎아주는 분배의 세금 정책을 분명히 했다. 4일 당선 연설에선 뉴딜정책을 예로 들며 역사의 진보를 이야기했다. “친구뿐 아니라 적들과도 만나서 대화를 하겠다”며 새로운 포용외교도 강조해 왔다. 세계는 이제 ‘덜 오만한 미국’에 대한 기대로 설레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4일 사설에서 “오바마는 미국의 희망이자 우리의 희망”이라고 했다. 아직 실감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오늘 역사가 새롭게 쓰여지는 순간을 목격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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