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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무너진 재건의 꿈…“모든 것이 파괴됐다”

등록 2006-07-17 17:32수정 2006-07-18 00:02

불타는 베이루트
살아나던 ‘중동의 파리’ 베이루트 유령 도시로
이스라엘 미사일 무차별 폭격으로 180명 사망
내전 악몽에서 벗어나 재건에 부풀어 있던 베이루트의 꿈이 잿더미에 사라져 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7일에도 베이루트 북부 다르와 지역의 가스 저장탱크와 항구, 남 베이루트 주택가에 미사일 60발을 발사해 곳곳이 불길에 휩싸였다고 <에이피(AP)통신>이 전했다. 전날 폭격으로 발전소가 파괴돼 베이루트 여러 지역의 전기가 끊겼다. 지금까지 레바논인 180명 이상이 숨졌다. 남부 티레항에선 이스라엘 미사일이 12층 건물에 맞아 민간인 9명이 숨졌다. 레바논 북단 압데항에선 레바논 병사 9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있는 헤즈볼라 본부 건물에서 연기가 나고있다. 5일 동안 계속된  이스라엘의 바다와 공중에서의 폭격으로 베이루트의 발전소가 폭격을 당해 부숴지고 10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있는 헤즈볼라 본부 건물에서 연기가 나고있다. 5일 동안 계속된 이스라엘의 바다와 공중에서의 폭격으로 베이루트의 발전소가 폭격을 당해 부숴지고 10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다. (AP=연합뉴스)
150만 인구의 베이루트는 시민들이 대부분 동부 산악지대로 피신해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빈곤한 시아파 거주지역으로 헤즈볼라에 대한 지지가 높은 남 베이루트에선 여러날째 계속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집들 사이에서 주민들이 가재도구를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무너져 내리거나 윗부분이 날아간 집 옆에는 가구와 담요, 옷가지와 장난감이 흩어져 있다. 주민 아부 모함메드(31)는 며칠전 이스라엘의 폭격 소리가 귀청을 찢는 가운데 아내와 여섯 아이를 데리고 도망쳐 시내 중심부의 사녜야공원에서 이웃 100여 가구와 함께 노숙하고 있다. 그는 <비비시>에 “아이들은 울고 어디론가 도망쳐야 했다”면서도 이스라엘의 행위에 복수하기 위해 헤즈볼라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후세인 파카(35) “세계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른다. 내 사촌은 이스라엘 감옥에 20년 동안 갇혀 있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붙잡았지만, 이스라엘에 갇혀 있는 레바논인은 수백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바논인들은 겨우 재건의 싹을 틔웠던 온나라가 하루 아침에 전쟁의 불길에 휩싸인데 절망하고 있다.

75년 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로 불렸다. 그러나 레바논 내전에서 15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경제적 기반은 파괴됐고, 종파간 극심한 분열과 불신, 정치인들의 암살과 배신만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레바논은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보였다. 몇년 전부터 베이루트엔 새로운 호텔과 공항, 카페, 모스크와 교회, 도로와 레스토랑과 옷가게, 나이트클럽이 새로 건설됐다. 지난해 시리아군이 물러가면서 수십년 만에 모든 외국군이 물러간 한해를 보냈다. 올해 수십년 만에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베이루트의 해변으로 찾아왔다.

그러나, 지난 일주일 동안 이스라엘군의 미사일이 이 모든 것을 부쉈다. 공습 첫날 파괴된 ‘라픽 하리리 국제공항’은 레바논 재건의 상징이었다. 피난차량에 탄 어린이들이 미사일의 목표가 됐고, 폭탄에 거대한 웅덩이가 패였다. 베이루트의 렌트카 업자인 카미유 유니스(50)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우리는 강간당한 것처럼 느낀다. 결코 결코,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전재산을 털고 돈을 빌려 상점을 열었고 장사도 잘 됐다며, “레바논의 꿈은 사라져 버렸다. 우리가 애썼던 모든 것이 파괴됐다”고 허탈해 했다.

일부 레바논인들은 이번 사태의 도화선을 제공한 헤즈볼라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증오의 감정을 드러낸다. 이스라엘과의 오랜 악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베이루트 미카일 교차로에 공습을 한 뒤 14일 레바논 시민들이 포격을 받은 뒤 생긴 커다란 웅덩이 주위에 모여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베이루트 미카일 교차로에 공습을 한 뒤 14일 레바논 시민들이 포격을 받은 뒤 생긴 커다란 웅덩이 주위에 모여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1968년말 베이루트 공항에 헬기에 탄 이스라엘 특공대가 투입돼 레바논 여객기 13대를 폭타시켰다. 직전 아테네공항에서 이스라엘인 한명을 살해한 팔레스타인인 2명중 한명이 레바논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캠프 출신이라는 게 유일한 이유였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전에 개입했고, 1992년 레바논을 침공해 2000년 철군 때까지 레바논 남부를 점령했다.

중동 보도로 유명한 <인디펜던트>의 로버트 피스크는 “레바논군이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가 텔아비브를 공습해 이스라엘 민간인이 목숨을 잃고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과 다리가 폭파됐다면, 당연히 “테러리즘”으로 비난받았을 것이고, 3차대전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레바논은 이스라엘을 공격할 힘이 없고, 베트남전 시대의 헬리콥터와 전투기 몇대뿐이기 때문에 당하고 있다”고 썼다.

이스라엘의 장기적 목표가 겉으로 내세운 ‘납치 병사 구출’을 훨씬 넘어서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키고 시리아와 이란까지 겨냥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적대적인 ‘이슬람주의 세력’ 전체를 목표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가운데, 중동에 암운이 무겁게 깔리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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