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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맞춤형 달변가’ 젤렌스키, 한국 국회에선 어떤 메시지 내놓을까

등록 2022-04-11 13:55수정 2022-04-11 14:04

영국 처칠 전시연설, 미국 9·11, 독일 홀로코스트
각국 여건에 딱 맞는 예시로 해당국 마음 움직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 화상을 통해 독일 연방의회에 연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등 서구 나라들이 서베를린을 돕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나섰던 ’베를린 공수’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더 많은 지원을 호소했다.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 화상을 통해 독일 연방의회에 연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등 서구 나라들이 서베를린을 돕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나섰던 ’베를린 공수’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더 많은 지원을 호소했다. AFP 연합뉴스

11일 오후 대한민국 국회 연설을 앞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지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세계인의 이목은 온통 젤렌스키 대통령의 향후 대응방향에 쏠렸다. 압도적 전력차를 앞세운 러시아군이 개전 첫날부터 공수 부대와 기갑 전력을 앞세워 수도 키이우의 함락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 초기 국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항전을 포기했다면,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손쉬운 승리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 이 무렵 미국 역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국외 탈출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젤렌스키 대통령의 중요한 육성이 공개된 것은 개전 사흘 째 밤인 2월26일이었다.

그는 풍전등화의 운명 앞에 놓인 키이우 밤 거리에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도부는 여기 있습니다”라는 짤막한 음성 메시지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불의한 침공’에도 흔들림 없이 수도를 사수하고 있는 강인한 전시 지도자의 모습을 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이어, 3월 들어선 세계 주요국 국회 연설을 통해 각국 시민들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예시를 들어가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오랜 연예인 생활을 통해 몸에 밴 현란한 언변에 강하고 정의로운 지도자라는 이미지까지 갖춘 젤렌스키 대통령의 ‘감동적인 연설’에 해당국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투쟁’은 3월1일 유럽연합으로부터 시작됐다. 세계가 술렁이기 시작한 것은 3월8일 영국 의회에서 진행한 연설부터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개전 초기 절망적인 전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국민들의 항전 의지를 북돋웠던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1940년 6월4일 연설을 인용했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고, 육지에서도 싸울 것이고, 벌판에서도 싸울 것이고, 언덕에서도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연설을 듣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그가 모두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와 결단을 칭송하면서 “그가 자신의 강함을 보여줬다. 이제 우리가 그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우리의 결의와 지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이 연설이 있은 지 한달 만인 지난 9일 존슨 대통령은 세계 주요국 정상 가운데선 처음으로 폐허가 된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했다.

3월16일 이뤄진 미 의회 연설에선 미국인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두 사건인 1941년 ‘진주만 공격’과 2001년 9·11 테러를 예로 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또 미국의 인종차별과 싸워온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인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에 빗댄 표현인 ‘나에게는 부탁이 있습니다’란 말을 꺼내 들어 미국의 전폭적 군사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요청했다.

그 다음날인 3월17일 독일 연설 역시 압권이었다. 그동안 러시아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올라프 숄츠 총리를 향해 우크라이나와 독일 사이에 선 ‘장벽’을 허물어 달라고 외쳤다. 30여년 전 독일인들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려 냉전을 끝냈듯이, 우크라이나와 독일 사이의 장벽을 허물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또, 냉전 초기 고립된 베를린을 돕기 위해 미국 등이 추진한 ‘베를린 공수’를 언급하면서 “당시 하늘은 안전했지만, 현재 우리는 러시아의 폭탄과 미사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안전한 공중 가교(airbridge)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독일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독일이 자신들이 저지른 가장 큰 역사적 과오인 홀로코스트를 반성할 때마다 되풀이 말해 온 “다시는 허용하지 않겠다”(never again)는 말을 꺼내 들어 “매년 정치인들이 ‘다시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이 말은 의미가 없다. 지금도 유럽에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인들이 가장 가슴 아프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되살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것이다.

3월23일 일본 연설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우크라이나와 일본 사이의 거리가 비행기로 15시간이나 날아가야 하는 8193㎞나 된다는 사실을 말하면서도 두 나라가 공통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원전 참사(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 일본 후쿠시마 참사)를 예로 들어가며 일본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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