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를 방문한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 수석 검사(가운데)가 집단으로 매장된 주검이 발견된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부차/EPA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된 우크라이나 부차를 방문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수석 검사가 “이곳은 범죄 현장”이라고 규정했다.
13일 <아에프페>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부차를 방문한 카림 칸 검사(52)는 취재진과 만나 “우크라이나는 범죄 현장”이라며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국제형사재판소의 사법 관할 아래에 있는 지역에서 범죄가 발생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선 전쟁의 안개를 뚫어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형사재판소 감식팀은 부차에서 이날부터 집단 매장지 등 현장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칸 검사는 “현장 조사를 통해 허구와 사실을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열린 자세로 증거를 쫓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가 물러간 부차를 비롯한 수도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주검 400여구를 수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폐허로 변한 도시 곳곳에서 민간인 차림의 주검이 무더기로 발견된 데다, 교회 앞마당에서 집단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집단학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러시아 쪽은 ‘가짜 뉴스’라며, 민간인 학살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영국 출신으로 국제 형사법·인권법 전문가인 칸 검사는 옛 유고전범재판소(ICTY)와 르완다전범재판소 등을 두루 거쳤다. 그는 지난해 2월 국제형사재판소 수석 검사로 선출되기 직전까지 이라크 바그다드 머물며, 유엔 차원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전쟁범죄를 파헤치는 수사팀을 이끈 바 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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