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시민이 비가 오는 가운데 포격으로 파괴된 건물 앞에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흑해 주요 도시로 요충지인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에 함락 직전인 상황이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점령하면 이미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에 장악된 돈바스 지역 일부가 연결된다.
러시아가 6주 동안의 공세 끝에 마리우폴을 점령하기 직전임을 보여주는 신호들이 최근 강해지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과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13일 일제히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마리우폴을 방어하고 있으며 현장의 병력들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완전 장악을 시도하는 것 같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방어 병력들이 탄약 등 군수품이 고갈됐고, 해안가에 접한 고립된 지역 2곳으로 퇴각했다고 밝혔다고 방송은 전했다.
러시아는 13일 마리우폴을 방어하던 우크라이나 해병 1천여명이 항복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마리우폴에서 전투는 해안가의 아조프스탈 산업지역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이 지역까지 점령하면,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최근 며칠 동안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군이 지키고 있던 지역을 분리해 병력을 고립시켰다고 미국의 전쟁연구소(ISW)가 분석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병력은 부두 지역과 아조프스탈 산업단지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마리우폴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 36해병여단의 병사들은 자신들은 아직 항복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지만, 포위됐으며 탄약과 식량 등의 보급이 끊겼다고 인정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마지막 전투…우리 중 일부는 죽고, 일부는 붙잡혔다”고 적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의 동쪽 주요 항구이며 요충지다. 러시아는 지난달 초부터 마리우폴 점령을 위한 공격을 시작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격렬히 저항해왔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장악하면 상당수 병력을 돈바스 추가 점령을 위한 전선으로 재배치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가 키이우 점령에 실패한 뒤 동·남부에 주력하는 ‘2단계 작전’을 천명한 뒤 첫 주요 성과가 된다. 우크라이나도 마리우폴을 “현재 전쟁의 심장”이라고 말해왔는데, 마리우폴 상실은 큰 상징적, 실질적 패퇴가 된다.
마리우폴 방어에는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병대 세력으로 구성된 아조프 연대가 가담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 점을 들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이유 중 하나로 거론했던 ‘탈나치화’의 상징적인 곳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국방싱크탱크인 왕립연합연구소(RUSI)의 선임연구원 저스틴 브롱크는 “결과적으로, 마리우폴은 침공 초기부터 너무 일찍 포위돼서 제대로 보급이 이뤄질 기회가 없었다”며 “방어 병력들은 어떤 외부 분석가가 예측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길게 버텼다”고 평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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