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인 키라(9·왼쪽), 보제나(6)가 15일(현지시각) 부차 모듈러 하우스 놀이방에서 기부받은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고 있다. 부차/김혜윤 기자
아홉 살 키라는 우크라이나 부차의 한 쇼핑몰 인근 공터에 마련된 모듈러 하우스(이동식 조립형 주택)에서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키라네 가족은 지난 2월 말 시작된 전쟁에서 폭격으로 집과 일터인 편의점을 잃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이 그들이 살고 있던 아파트에 명중하며 3층을 관통했다. 2층에 살고 있던 키라네 집에도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지만 기적처럼 이들은 목숨을 건졌다.
15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부차의 한 관공서 건물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부서져 있다. 부차/김혜윤 기자
“우리는 여기에 놀러왔어요. 여기에는 친구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키라의 유일한 친구는 세 살 터울 동생 보제나 뿐이다. 포격 뒤 키이우를 거쳐 상대적으로 안전한 빈니차 친척 집으로 피난갔던 이 가족은 지난달 19일 부차로 돌아왔다. 이들이 살고 있는 이동식 주택은 폴란드 정부 지원으로 세워졌다. 지난 1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정부가 함께 우크라이나 보로디안카에 최초의 모듈러 도시를 세웠다. 폭격에 집을 잃은 여성, 어린이, 노인 등 352명을 임시로 수용하고 있다. 이곳과 비슷한 모듈러 도시가 부차, 이반키우, 호스토멜과 체르니히우 등에도 세워졌거나 세워질 예정이다.
다시 돌아온 부차는 익숙한 도시였지만 낯설고 두렵다. 안정제와 수면제,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는 어머니 옥사나는 부차에서의 삶이 지난 3월을 떠올리게 한다며 고통스러워한다. 두 자매는 모듈러 하우스 밖으로 잘나가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책과 장난감들은 소중한 놀잇감이다. 낯선 사람과 손뼉도 마주칠 만큼 활달한 동생과 달리 키라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수영장에서 놀다가 부딪혀 생긴 왼쪽 무릎 아래 시퍼런 멍은 노란 자국으로 남았다. 저 흔적이 사라질 때면 키라네 가족도 진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옥사나(41)와 두 딸 키라(9·왼쪽), 보제나(6). 지난 3월4일 러시아군은 옥사나 가족이 살던 우크라이나 부차의 아파트를 포격했다. 15일(현지시각) 오후 부차시에 마련된 임시 주거지 모듈러 하우스 공용주방에서 취재진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부차/김혜윤 기자
보제나가 부차 모듈러 하우스 놀이방에서 기부 받은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고 있다. 부차/김혜윤 기자
보제나(5)의 미소짓고 있다. 왼쪽 위 앞니와 아래 어금니에는 충치가 생겼다. 부차/김혜윤 기자
보제나가 부차 모듈러 하우스 놀이방에서 기부 받은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고 있다. 부차/김혜윤 기자
우크라이나 부차의 한 관공서 건물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부서져있다. 부차/김혜윤 기자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건물 외벽과 내부가 다 부서진 우크라이나 부차의 한 관공서 건물 앞으로 한 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부차/김혜윤 기자
부차/김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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