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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 집중탐구] 군사대국 꿈꾸며 “헌법개정” 외쳐

등록 2006-08-16 19:10수정 2006-08-21 10:43

[포스트 고이즈미 아베 집중탐구] 1. 극우성향의 뿌리
[포스트 고이즈미 아베 집중탐구] 1. 극우성향의 뿌리
“독립 회복의 상징” 주장 임기내 매듭 밝혀
첫 개헌론 기시 전총리 외손자…뼛속 깊은 개헌론자
[포스트 고이즈미 아베 집중탐구]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이 ‘이념적·태생적 극우’로 불리는 이유는, 그의 뒤틀린 역사인식과 함께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남다른 집착에서 비롯한다.

군사력 보유와 전쟁을 금지한 헌법 제9조는 ‘침략국가 일본’의 재등장을 막는 마지막 안전판이다. 개헌은 일본을 실질적 군사대국으로 변모시키는 기폭제가 된다는 점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베는 지난달 28일 자민당 총재선거의 사실상 첫 유세전인 도쿄지역 대회에서 개헌을 앞장서 외쳤다. 차기 후보 세 사람이 함께 한 이 자리에서 그는 “개헌에 대해 확실하게 논의하고 싶다. 우선 정치과제로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임 뒤 헌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여, 자신의 임기 안에 매듭을 짓겠다는 그의 결의를 읽기에 충분하다. 아베의 열성팬인 야마모토 이치타 자민당 참의원 의원은 “아베 정권이 출범하면 개헌 문제가 확실히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개헌에 찬성한다면서도 차기 정권의 과제로 미루는 소극적 자세를 보여왔다.

아베는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의 제1장 ‘나의 원점’에서 “평화헌법 초안은 연합군 총사령부의 진보적 젊은 참모들이 10일 남짓 만에 만든 것이며, ‘패전국으로서 연합국에 사죄하는 문서’와 같은 구절들이 있다”고 비판한 뒤, ‘자주적 헌법 제정’을 역설했다. 그는 “1955년 보수세력의 자민당 결성 목표는 고도성장과 자주헌법의 제정”이라며 “헌법 개정이야말로 독립 회복의 상징”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개헌 주장의 각론에서도 아베는 가장 과격한 편이다. 다른 나라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지금 헌법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아베의 견해다. 그는 개헌안에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자민당은 지난해 11월 개헌 초안을 발표했으나, 이 문제에 대한 강온파 사이의 현격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아베는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개헌 논의에서 대활약을 해왔다. 자민당이 분열 뒤 정체성 위기를 겪던 1994년, 당 이념·강령을 재검토해 내놓은 ‘자민당 새 선언’ 초안에 개헌 항목이 빠진 것을 안 아베는 소장 우파들을 규합해 다시 집어넣도록 온건 성향의 당 지도부를 압박해 관철시켰다.

일본의 전후 세대 우파 정치인들은 대부분 개헌 지지파다. 그렇지만 개헌에 대한 아베의 집착은 남다르다. 그것은 그의 ‘정신적 지주’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표 왼쪽 사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개헌은 기시의 못다 이룬 과업으로, 외조부의 유언이나 마찬가지다. 아베는 성격은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상, 정치성향은 외조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게 그의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외조부에 대해 A급 전범이라거나 ‘보수반동의 화신’이라는 등의 말을 자주 들어, 그 반발로 보수라는 말에 역으로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953년 자민당의 전신인 자유당에 개헌을 조건으로 입당해, 전후 처음으로 설치된 헌법문제조사회의 회장을 맡은 사람이 기시다. 그는 57년 총리로 취임하자 곧바로 내각에 헌법조사회를 설치했고, 자신이 개헌론자임을 공공연히 밝혔다. 기시는 79년 정계를 은퇴할 때도, 현재 ‘개헌파의 대부’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뒤를 이어 ‘헌법조사회 의원연맹’의 회장이 돼줄 것을 당부하는 등 마지막까지 강한 집념을 보였다.

기시의 꿈이 50여년 세월을 건너뛰어 외손자의 손에 의해 달성되려 하고 있다. 나카소네는 “기시의 디엔에이(DNA)를 물려받은 아베의 등골에는 헌법 개정이라는 강철심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한국·중국 등의 경고에도 아랑곳않고 A급 전범들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15일 오전, 옛 일본군 복장의 한 일본인이 신사를 참배한 뒤 걸어나오고 있다. 도쿄/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한국·중국 등의 경고에도 아랑곳않고 A급 전범들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15일 오전, 옛 일본군 복장의 한 일본인이 신사를 참배한 뒤 걸어나오고 있다. 도쿄/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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