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동맹의 변천
고이즈미보다 더 우려스런 “위험인물 1호”
부시 정권, 애정 각별…미-일 핫라인 구실
“언제든 무력지원” 미국과 대등동맹 주장
부시 정권, 애정 각별…미-일 핫라인 구실
“언제든 무력지원” 미국과 대등동맹 주장
[포스트 고이즈미 아베 집중탐구]
“사상 최고의 밀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집권기의 미-일 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은 ‘세계 속의 미-일 동맹’을 내세우며 전후 처음으로 육상자위대를 이라크에 보냈다. 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를 향한 주일미군 재편도 가닥을 잡았다. 지난 6월에 연 13번째 미-일 정상회담에선 ‘신세기 동맹’ 공동선언도 발표했다. 고이즈미는 ‘미국과 관계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끈끈한 동맹 관계는 두 정상의 개인적 친분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양쪽 정부 사이에선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논란 많은 쟁점들은 차기 정부로 넘겨졌다. 자위대의 활동범위나 임무의 확대도 미국의 기대치에는 많이 못미친다.
고이즈미는 자위대 파견과 관련해 이라크가 ‘비전투지역’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위헌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이런 고이즈미를 당당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라크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이라크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한다는 대의를 강조해야 한다”고 외쳤다. ‘힘을 통한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 논리다. 미국의 신보수 세력(네오콘)을 꼭 빼닮았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성팬인 고이즈미가 ‘감성적 친미파’라고 한다면, 아베는 ‘이념적 친미파’라고 할 수 있다. 둘다 친미 일변도이지만, 아베가 훨씬 이념·논리적이란 점에서 한층 우려스럽다.
부시 행정부가 아베에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미국 쪽은 오래 전부터 친미파인 아베에게 공을 들여왔다. 2004년 4월 아베의 방미 때, 미 정부 주요 인사들은 기꺼이 그의 면담에 응했다. 국가원수가 아닌데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파격 대우를 받기도 했다. 아베가 유력 총리 후보라는 점 외에, 부시 행정부와 코드가 가장 잘 맞는 일본 정치인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지난달 북한 미사일 발사를 전후해 미-일이 ‘찰떡 공조’를 펼칠 때, 일본 쪽 창구는 아베였다. 아베와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휴대전화가 ‘핫라인’ 구실을 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미-일 간에) 이 정도로 긴밀한 협의가 진행된 것은 처음”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베는 여느 우파와 마찬가지로 미-일 동맹 강화론자다. 그는 “핵억지력과 극동지역 안정을 고려한다면, 미국과의 동맹은 불가결하다”며 “미국의 국제사회 영향력과 경제력, 최강의 군사력을 고려할 때 미-일 동맹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의 동맹 강화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미국과의 ‘대등한 동맹’이다. 지금처럼 일본이 일방적으로 미국의 보호를 받는 게 아니라,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일본도 무력으로 도와줄 수 있는 쌍무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수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1960년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예속적 미-일 안보조약을 대등한 관계로 만들기 위해 조약을 개정했다”고 주장해, 자신의 동맹론이 기시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비쳤다.
아베가 구상하는 동맹 강화는 일본의 군사적 능력과 역할 확대로 이어진다. 아베는 자위대의 해외파병이 언제든 가능하도록 하는 ‘항구적 파견법’ 제정에 대해, “기동적 국제공헌이 가능하다”며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세계 각지의 미군 군사작전에 자위대가 뒷받침해주기를 기대하는 미국의 이해와도 꼭 맞아 떨어진다. 이런 발상은 자위대가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아베가 일본 평화세력으로부터 ‘위험인물 1위’로 꼽히는 이유다.
아베가 대등한 관계를 강조하지만, 미국이 일방주의로 치달을 때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한 군사전문가는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에 전폭적으로 협조하면서도 독단적 군사행동의 자제를 촉구해왔다”며 “아베에게 그런 사고나 뚝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포스트 고이즈미 아베 집중탐구] 2. 이념적 신보수주의자
아베가 대등한 관계를 강조하지만, 미국이 일방주의로 치달을 때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한 군사전문가는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에 전폭적으로 협조하면서도 독단적 군사행동의 자제를 촉구해왔다”며 “아베에게 그런 사고나 뚝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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