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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코로나에 떠는 소상공인 보듬을 ‘통 큰’ 결단 나올까

등록 2020-12-25 19:45수정 2020-12-26 02:01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우리 경제는 올 한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해본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경기침체 속에 주택·주식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면서 그렇지 않아도 커진 불평등이 더 악화하고 있다. 한편으론 언택트(비대면) 산업처럼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은 곳이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 영향으로 경제 전반이 다시 침체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1970년대 석유위기로 세계경제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고물가)이 함께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린 바 있는데, 후세 역사가들은 아마도 코로나19 위기가 그에 못지않은 경제적 격변을 일으킨 것으로 기록하지 않을까 싶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경기침체와 자산가격 급등, 불평등 확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경제 현상을 지금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시장방임주의(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결정타를 먹이는 형국이다. 계층간 소득·자산 격차가 커지고, 세대 간 불공평이 확대되며, 코로나19 충격이 취약계층에 집중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분출하고 있다. 게다가 집을 가진 사람들은 횡재를 한 반면에, 그러지 못한 서민층·청년층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전셋값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 위기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지금의 위기는 기존의 전통적인 경제·사회정책으로는 감당해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부가 올 한해 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이런 땐 정부가 상황을 압도할 만큼 과감한 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주 경제부처들이 합동으로 내놓은 ‘2021년 경제정책방향’은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보고서 분량이 150쪽에 이르지만 대부분은 성장과 혁신 관련 정책들에 할애돼 있고, 분배 쪽은 과감한 방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이번 위기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소상공인과 관련해서는 직접 지원은 ‘3조원+알파’에 그치고, 임대료 지원 관련해서는 구체안도 담지 못했다. 정책 역량의 부족 탓인지, 아니면 의지 부족 탓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물론 과감한 대책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국가부채 급증에 따른 재정건전성이 우려될 것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43.9%, 내년에는 47.3%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재정 여력은 좀 더 정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가채무는 절대 규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실제 국채에 대해 매년 부담하는 이자상환액이 얼마나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가계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대출액보다 대출에 따른 원리금 상환액이 실질적인 부담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채 이자비용은 올해 18조5천억원으로 2010년(16조1천억원)에 견줘 2조4천억원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가경제 규모는 커졌기 때문에 국내총생산 대비 국채 이자비용은 1.2%에서 1.0%로 오히려 부담이 낮아졌다. 국가채무는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조달금리가 크게 낮아진 덕분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010년 연 4.6%에서 올해는 연 1.4%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초저금리는 앞으로 수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올해 3월 미국 의회가 2조달러(약 2200조원)짜리 긴급구제책을 마련할 때 에피소드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한국의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는 예산편성권을 의회가 갖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나에게 ‘금리가 낮다. 통 크게 생각하라(Think Big)’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의장이 국채 금리가 낮은 만큼 재정을 과감하게 풀라고 조언했다는 얘기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파월과 같은 중앙은행가나 고위 관료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자린고비’에 빗대 비판했다. 관리재정수지가 -5%대까지 간 점을 고려하면 현 정부의 재정정책을 자린고비 수준으로까지 평가한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그러나 더 과감한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 코로나19에 떨고 있는 자영업자 등에겐 그 어느 때보다 ‘산타’가 필요한 때다. 당정이 다음주에 발표할 3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검토안보다 더 ‘통 크게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다.

박현 경제부 선임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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